▶ 이종열의 경제칼럼 99
▶ <뉴욕 페이스대 석좌교수>
경제적 거품은 자유경제 체제에서 해롭다. 적정가격 산정이 흐려져서 경제적 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미주 한인들의 의식과 경제활동에서도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 멀리 보아 도움이 된다.
우리 한인들은, 매스 미디어부터 ‘총’이란 글자를 무척 좋아한다. 사무총장, 총회장, 총연합회장, 조그마한 단체가 기구를 만들어놓고는 ‘총’이란 글자를 붙이는데서 크게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
어른들의 생각이 이러하다보니 어린아이들의 활동에도 ‘총’자를 붙이게 된다. 전교 총학생회장, 몇 학년 총학생회장이란다. 원래 제대로 된 한글로는 전교 어린이회장이나 학생회장이 적정타이틀이고 몇 학년은 반장이 적합하다. 대학교에서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모여 총학생회장을 만든 그 옛날 벼슬 좋아하던 때의 버릇이다.
미국 은행에서 얼마 전까지 ‘Vice President’란 타이틀을 받으면 한국 신문에서 부총재라고 잘못 번역했던 적이 있었다. 실제 그 일들을 보고 직위를 얘기해주는 게 좋은데 한 은행에 부총재가 수백 명이 되는 오류를 범한 셈이다.
한인사회를 무대로 학교를 만들어 총장이 여러 명 나오는 것도 우리들의 사고에서의 거품 때문이다. 학원 정도 사이즈라면 학원장이라고 하는 게 듣기에 더 좋다. 서로 거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기관에서 사무총장이라고 붙이려면 그 밑에 사무국장들이 여럿 있고 사무과장들이 있으면 좀 듣기에 자연스러워질 것 같다. 전국 규모의 단체라면 그래도 좀 이해가 된다.
북가주에서 한인시장이 나오게 되었는데 신문들마다 ‘백인’ ‘부자’ 동네에서 한인시장이 나왔다고 본국지에서도 야단이다. ‘흑인’ ‘가난한’ 동네에서 나온 시장은 어떻게들 쓸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 모두가 알 듯이 흑인 가난한 지역 시장이 더 되기가 어렵고 정치적 보람이 있다.
내년엔 한국 대통령 선거가 있으니 이제 앞으로 얼마간은 신문마다 누구누구 미주지역 후원회란 걸로 시끄러울 것이다. 혹 나중에 ‘국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바램을 갖고 오가는 그들. 그들은 우리 미주 한인사회의 자존심을 무척 상처 나게 하는 이들이다. 어느 지방 특산물의 미주 시장 개척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그런 모임은 자랑스럽고 도움도 되나 큰 것을 좋아하는 이들로부터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대통령 후보 정도 되어야 거품이 잔뜩 들어있기 때문이다.
뉴욕 TV에서 한인 개고기 판매로 특집을 만들어 보도했다고 매스 미디어에서 야단이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우리 한인들의 음식 문화의 부끄러운 면이다. 극소수의 식도락을 위해서 우리 대다수가 참고 있어야하는 수치다. 아버지가 하는 일을 자식들이 미국 학교 친구들에게 거리낌없이 얘기할 수 없다면 제발 좀 조용히 있자. 대규모 항의 시위가 도움이 안 된다고 결정한 한인 단체 모임의 지혜로움이 다행스럽게 보인다. 우리의 자존심이 거품에 바탕을 둔 게 더 없는지 해가 가면서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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