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 처음으로 총점 폐지·소수점 폐지·등급 도입 등 3대 수능정책을 시행해 대학 수험생들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진학지도의 기준을 잡기가 난감하고 수험생 뒷바라지하느라 함께 고생해 온 학부모는 차라리 조기유학을 보내거나 이민이라도 갈 것을 하는 한탄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 미국에 온 한인 대부분이 이민의 첫째 목적이 자녀교육이라고 한다.
학부모와 교사가 개별적으로 만나는 컨퍼런스에 가보면 그런 것 같다. 오후 늦게까지 일하고 저녁도 못먹은 채 허겁지겁 달려오는 한인 부모들, 초등학교 컨퍼런스는 담임 한 명만 만나도 되지만 중·고등학교일 경우 메이저 과목 4-5 명의 교사를 일일이 만나야 한다.
영어, 수학, 과학 교사를 만나려면 교실 앞에 붙여진 종이에 오는 순서대로 자녀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는데, 아무리 서둘러 가도 보통 대기자가 20-40명 이상 올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과목일수록 교실이 아래층, 위층, 심하면 옆 건물로 뚝 뚝 떨어져 있다.
대기자 명단에 자녀 이름을 모두 올려놓고 이쪽 저쪽 뛰어다니며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이름 불릴 차례가 된 것 같아 가보면 아직도 십여 명 이상이 앞에 있고 어느 쪽이 빠를까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순서가 지나버려 이름이 제일 뒤에 다시 올려지기도 한다.
학교가 문 닫는 시간이면 아래 위층 뛰어다니느라 피곤하기 짝이 없고 허기진 배는 등과 달라붙을 지경이다. 그럴 때는 참말로 내가 아이 교육을 위해 이민 왔다 싶다.
지난 1, 2일에는 8학년을 대상으로 스타이브센트, 브롱스 사이언스, 브루크린 텍 등 뉴욕시 특수 고교의 입학시험이 있었다. 오는 8, 9일은 9학년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 있다.
매년 한 번 있는 이번 시험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8학년은 10대 1, 9학년은 20대 1에 가까운 응시자가 몰렸다. 이 날도 수천 명의 학부형이 길바닥에 서서 시험보고 나올 아이들을 기다렸다.
2년 전 나 역시 인산인해를 이룬 학부모 틈에서 아이가 시험을 보고 나오기를 기다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정도로 우리는 과연 자녀들을 위해서 이민 왔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괜히 공부 안 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원하는 길이 아닌 엉뚱한 쪽으로 빠지려는 아이에게 “너 때문에 이민 와서 이 고생하고 있는데 그럴 수 있어?”하고 뒤집어씌우는 것은 아닌가.
먼저 나는 왜 이민 왔는가를 따져보자.
첫째 좀더 잘살고 싶어서, 미국에는 한국보다 기회가 많다니까, 한국의 경제상황이 불안하여 언제 해고나 명예퇴직이 될 지 모르니 서둘러 먼저 정리하고 오지는 않았는가? 또 좁은 그 속에서 평생 살자니 답답하고 재미없어서 큰 세계로 가서 한 번 살아보자 하여 온 것은 아닌가?
둘째 한국의 조기교육 과열현상으로 머리 터지게 치맛바람 경쟁을 할 엄두가 안나고 엄청난 사교육비가 감당 안되어서 일 것이다. 영어 과외 필요 없고 교육비 싼 미국에 차라리 이민 가면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 미국에 살면서 수능시험 때마다 이민 잘 왔지 하여 내심 흐뭇한 부모도 있을 것이다.
셋째 한국의 주부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데 비해 미국에서는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다양하다는 점, 한국의 골프장 회원권은 엄청나서 골프 한 번 치기가 어려운데 이곳에서는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주말을 오붓하게 즐기면서 살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살펴보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욕심 또는 희망이 우선되어 이민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자녀 교육 때문에 이민 왔다면 자신이나 남들에게 말하기에도 그럴 듯 해 보인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개성과 취향, 재능을 갖고있으니 명문 대학 다니는 남의 집 아이를 보고, 공부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속상해하지 말자. 나는 왜 이민 왔는가를 먼저 생각하여 멀쩡한 보통 아이 다그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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