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오기 전에는 한국인들이 거의 없는 남부 도시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우리 가족은 어느 자리에 가더라도 외국인으로서의 대접을 받았고, 그것은 왠지 생긴 것이나 언어가 달라서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이 그들에게 이질감을 주는 것 같아서, 마치 소수민족의 동정심을 사는가 싶은 생각에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세 살된 아들과 다섯 살난 딸이 있었고, 백인 교회에서 사역을 하게 되었다. 신기한 것은 우리 부부가 미처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미국인들에게는 영어로, 엄마와 아빠에겐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맨 처음엔 이것까지도 무척 신경이 쓰이고 우리 가족끼리 한국말로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미국사람들이 있을 때는 모두가 영어를 하자고 했더니 두 아이가 다 싫어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엄마 아빠가 한국사람인데 왜 영어로 하느냐는 것이었다.
엄마의 영어가 유창하지 못해서 그런가 하고 마음속으로는 좀 뜨끔한 것도 있었으나, 그런 아이들의 배려에 오히려 감동을 받았다.
미국교회를 4년간 다니다가 이곳 뉴욕으로 와서 많은 편지와 카드를 받게 되었는데 그 중에 몇몇 분들의 카드에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한국말과 함께 너의 두 아이들을 보면서 너의 Heritage Language인 한국말을 너의 아이들이 할 때마다 네가 얼마나 자녀 교육에 힘쓰며 사는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생각된다”는 글이 적혀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부끄럽게도 우리 부부는 공부하고 목회하느라고 아이들 교육을 신경쓰지 못했는데, 몇몇 미국분들의 편지를 통해 우리가 한국인 2세들에게 교육 잘 시키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뉴욕에 올 때, 이제 우리 아이들이 한국말을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하나님께서 주시나 보다 하며 기대감에 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고민이 생겨서 내게 묻기를 “엄마, 왜 한국아이들이 영어로 이야기 해야 돼?”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뉴욕에 오면 한국친구들을 만나면 서투른 한국말로라도 이야기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졌던 모양이었다.
바로 난 그들에게 “그럼 너희들은 어떻게 해야겠니?” 했더니 “친구들도 한국말을 할줄 아는데 영어로 하니까, 우리들도 영어로 해” 하는 것이었다.
나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뉴욕에 오니 교회 및 종교단체는 물론 학원 등 여러 곳에서도 한국말 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배움과 적용이 되지 않고 있음을 알았고, 이것이 오늘날 한국인 2세의 현실임을 알려주는 것이 분명하였다.
한국 부모들은 교육열이 강한 것에 대해서는 세계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고서 한국말에 대한 교육을 얼만큼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부모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학원과 학교에 보내면 언어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배운 한국말을 가정에서도 사용하고 자녀들이 한국말을 했을 때 칭찬도 해 주고 한다면 아이들은 우리의 한국말을 자랑스럽게 사용할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자신들의 영어를 자녀들에게 과시하느라고 일부러 영어를 하는가 하면, 여기가 미국이니까 너희들 영어만 잘 하면 된다고 말을 한다.
우리 2세들의 얼굴을 보라! 이곳에서 태어났어도 그들을 보고 미국인이라고 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하여도 어느날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에 단지 이 ‘미국’이라는 땅덩어리에서 태어났다는 ‘미국인’이라는 의미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실체를 통해서 ‘한국인’임을 느꼈을 때, 특히 피부색이 다른 백인들이 너는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서의 태도를 취할 때 비로소 자신의 현주소를 알고 방황과 혼란 속에서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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