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한인사회에서도 각종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모든 행사가 똑같지는 않겠지만 취재를 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의례적인 요식 행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어떤 행사는 주요 단체장 및 내빈들의 인사 및 소개가 너무 길어 정작 행사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플러싱 모식당에서 열린 행사는 오전 11시반부터 시작됐는데 국민의례, 행사소개에 이어 주요 단체장들과 내빈들의 인사말 순서가 진행됐다.
"9.11 테러로 지난 한해 많은 어려움이 겪었다",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는 비슷한 내용의 인사말들이 여러 사람의 입에서 반복됐고 모단체장은 행사와는 무관하게 올 한해 자신이 해왔던 일들을 열거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당초 예정에도 없던 참석 인사가 연단에 올라가 비슷한 내용의 인사말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기념패 등을 증정하고 각종 안내 소개까지 끝난 뒤 오후 1시반이 돼서야 점심을 시작할 수 있었다.
2시간 가까운 행사 진행 속에서 참석자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대화하거나 허기를 이기지 못해 급한 대로 테이블에 마련된 반찬으로 속을 채워 ‘잔치’라는 당초 행사를 무색케 만들었다.
이와 유사한 모임이 열린 플러싱의 모행사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형식적인 인사말과 각종 광고 등이 계속됐고 진행자의 미숙으로 오찬 기도가 두 번씩이나 진행된 가운데 정작 차려 놓은 음식들은 뒷전이었다.
자원봉사자들조차 "음식이 다 식어요", "날씨도 쌀쌀해서 따뜻한 국 등을 준비해 왔는데 차가워진 맛없는 음식을 먹겠네"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최근 특정 모임의 대표로 뽑힌 K모씨의 하소연은 행사 주최자들이 경청해 들을 만하다. "대표로 이런저런 행사를 쫓아다니다가 신문 등에 자기 사진과 이름이 자주 등장하면서 무척 곤란한 입장입니다"면서 "주위의 시선도 있고 해서 연말에 웬만한 자리는 사양하고 있는데 사람들 앞에 나선다는 게 참으로 어렵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고 사석에서 털어놨다.
연말연시를 맞아 열리고 있는 각종 뜻깊은 행사가 겸양의 미덕으로 더욱 의미를 더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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