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터에서 만난 사람
▶ 29년 외길 ‘김치 아줌마’ 조숙재씨
올림픽과 세인트 앤드류스, 허름한 간판의 ‘개성식품’ 조숙재(63·사진)씨는 29년 외길 김치아줌마다.
73년 이민 온 첫해, 세 살 된 딸을 두고 바깥일을 할 수 없어 집에서 혼자 김치 담가 마켓에 납품하던 것이 직원 8명을 둔 식품점으로 컸다. 78년 남편이 작고한 뒤 3남매를 김치 담가 번 돈으로 키웠고 그 때 그 세 살배기 막내딸이 장성해 변호사가 됐다.
개성댁 비법이 담긴 열무 풋배추 물김치부터 배추김치·통김치·백김치·동치미·깍두기·총각김치·갓김치·부추김치·파김치·나박김치까지 개성식품 전문은 단연 김치지만 밑반찬도 수십 가지다. 어리굴젓·창란젓 등 젓갈과 무말랭이 같은 장아찌, 직접 짠 참기름과 기름 발라 구운 김, 메주 쒀 담근 된장·고추장 등 조숙재씨의 손맛이 밴 음식은 LA뿐 아니라 옥스나드, 피스모비치, 라스베가스까지 납품된다.
조씨는 지금도 매일 새벽 5시면 다운타운 도매시장에 직접 트럭 몰고 가서 배추를 골라온다. 제일 먼저 ‘찜’한 달고 연한 배추로 하루 300병씩 김치를 담근 게 29년 세월이라 이제는 인이 박였다. 덕분에 손등이 말도 못하게 부르터 연말이면 로션 선물을 많이 받지만 찬물과 배추 감촉에 익은 손이라 ‘끈끈한’ 게 싫다는 그의 성격이 겨울 동치미 국물 같다.
"억척으로 김치 담가 노후 걱정 안 할 만큼 벌었다"는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개성김치 고유의 맛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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