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3년 1월 13일이면 한인 이민 1백년이 된다. 뉴욕을 비롯 L.A., 워싱턴 D.C. 등 미 전역의 기념사업위원회에서는 이민 1백주년 맞이 행사를 준비할 것이다.
1903년 미 상선 갤릭호를 타고 하와이 호놀룰루에 첫 발을 디딘 한인 이민단 102명, 사탕수수 노동자로서의 삶을 시작한 이들은, 또 그 후손들은 이 땅에 무엇을 심었고 무엇을 남겨주었으며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뉴욕에 함께 사는 타민족 중 유대인을 예로들어 보자.
유대인이 미국 땅에 처음으로 이주한 것은 1654년 7월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살던 야콥 바르심슨이라는 유대인이 단신으로 뉴암스테르담(현재 뉴욕)에 처음으로 도착했으며 2개월 후에 브라질에 살고있던 유대인 23명이 뉴암스테르담으로 집단 이주하면서 미국 유대인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유대인들이 미국 땅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걸쳐 독일과 러시아, 동유럽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이 몰려들면서부터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불과 100년의 역사를 지녔다. 그러나 그 짧은 이민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미국의 경제,사회, 학계, 언론계, 할리우드 영화산업까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뉴욕은 자영업소 건물주 뿐 아니라 브로드웨이 한 블록 전체가 유대인 소유이고 7애비뉴 일대 의류·봉제공장의 제조·원청업자가 유대인들인 관계로 여러 갈래로 그들과 부딪치고 있다.
그들은 자녀들의 교육 장소로 이스라엘 유대인 대학살 박물관과 아우슈비츠 수용소, ‘통곡의 벽’ 등 고난의 역사 현장을 보여준다고 한다. 가스 살인실, 비누공장, 화장터 등 선조들이 당한 참혹한 역사 현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앞으로 유대인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는 것.
우리의 자녀들도 한국에 갈 때마다 독립기념관(구 서대문형무소)과 판문점, 자신의 고향을 찾게 하자.
롯데 월드에서 하루종일 놀이 기구만 신나게 타게 할 것이 아니라 역사 연구소에서 늘 침략을 당해온 역사를 배우게 하고 ‘자유의 다리’가 있는 곳에서 ‘침묵의 강’을 바라보게 하자.
(그러나 현재 독립기념관 지하 전시실에 있는 벽관·성고문실·칼 든 일본 경찰, 피 흘리는 독립투사 등의 밀랍인형과 도구들이 너무 조악한 형태에 조명까지 어둠침침하여 아이들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무섭다고 눈감고 걸어간다. 좀더 효과적인 전시 방법을 생각해야 할 듯.)
또 뉴욕뿐 아니라 한인들이 사는 미주 지역에는 이민 박물관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일제 하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사탕수수밭의 거친 노동으로 모은 자금을 건넸던 1세·8.15 해방과 6.25, 독재정권으로 미국 땅을 밟아야 했던 1세의 자서전 및 회고록, 1967년 개정 이민법이 발효되며 물밀 듯 들어온 이민자들의 초창기 모습, 그후 가발무역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한인사회에서 발생한 숱한 사건들, 한인단체의 활동과 교회의 성장, 주류사회에 이름을 떨친 예술가들, 이러한 파란만장한 이민사 자료를 모아야 할 것이다.
맨하탄 92가에 있는 유대인 뮤지엄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사회과목 숙제장소로도 이용되는데, 이곳에는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더듬어 가는 상설 전시장과 홀로코스트의 방 등 유대인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물론, 메트 뮤지엄의 한국관 하나 만드는데도 엄청난 세월이 걸렸다. 그나마 한 기업이 후원을 했다.
뮤지엄은 한 두 달에, 일 이년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뜻 있는 독지가의 기금도 필요하지만 성공한 이민 1세대들이 사후 살던 집이나 건물을 기증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사진 신부로 미국 땅을 밟아 개척해 온 한인 이민사를 우리만 알고있지 말고 우리 역사와 문화를 주류사회에 널리 알려 우리의 참모습을 보여주자.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앞으로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게 하는 정체성을 찾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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