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가정불화 끝에 출동한 경찰에 사살된 웨스트LA 김용대씨의 비극에 이어 LA 한인타운에 사는 주부가 남편의 폭력으로 중태에 빠진 사건은 한인 가정폭력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한인가정상담소가 지난 한해동안 접수한 상담건수 가운데 절반 이상인 760건이 부부갈등에 관한 것이고, 부부갈등 가운데 남편의 폭력에 관한 상담이 46%인 346건을 차지한 것은 적지 않은 한인가정이 얼마나 위태위태한 이민생활을 꾸려가고 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부부갈등에서 시작해 손찌검, 주먹질, 흉기 폭력 등으로 악화되다 급기야 칼이나 총기를 사용한 끔찍한 범죄로 비화되기 일쑤다. 피해자의 목숨을 빼앗는가 하면 가해자가 자살하는 경우도 있어 그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사안이다. 게다가 당사자들은 물론, 자녀들에 정서적 피해를 주고 나아가 장성한 자녀들의 결혼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니 가정폭력은 어떻게든 미연에 그 불씨를 꺼야 한다.
가정폭력의 주 가해자인 남성들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자녀 교육과 관련한 스트레스, 부부간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 등 골칫거리를 짊어지고 산다. 하지만 곪아터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적절히 푸는 것이 우선이다.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돼 예전처럼 ‘문화적 차이’를 핑계로 벌을 피하기가 어려워졌음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우면 용기를 내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이 가정을 지키고 자신을 구하는 길이다.
잠재적 피해자인 여성들도 가만히 맞고만 잊어서는 안 된다. "창피하다"거나 "별일 아니다"고 가벼이 여겨 덮으려고 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문제를 공론화해 당장 남편의 미움을 사더라도 사태가 악화돼 참극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다. 이곳에선 총기소지가 비교적 자유로워 작아 보이는 일도 눈 깜짝할 새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발전하니 말이다.
아울러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의 핫라인 가동이 절실하고 피해자들에게 임시거처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도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욱’하는 성질이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