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현 칼럼]
▶ 박정현 가주정부 전산시스템 경영자
봄처녀는 간밤에 제 오셨다. 문득 문득 몇 주일간 기웃거리며 우리 기다리는 마음을 희롱하더니 드디어 화사한 모습으로 정 오셨다. 간밤에 심술궂은 겨울노인네는 마지못해 물러 가셨나보다.
봄은 언제나 그렇게 온다. 그래도 인생에 더없이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 봄이다. 한겨울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으로 어느날 문턱을 나서면 알 듯 모를 듯 예고없이 뺨을 스치는 초봄의 향기-그것은 마치 첫키스와 같이 감미로운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때면 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봄의 이야기, 봄의 시, 봄의 노래, 봄의 축복을 생각하며 감사드린다. 만물이 소생할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심혼이 깨어나는 계절-봄은 정녕 삶의 가장 소중한 선물인 것 같다. 이렇게 봄을 느끼고 음미할 수 있는 한 사람은 늙지 않는다고 믿어보고 싶다.
봄이면 나는 너무나 바쁘다. 너무나 하고픈 일이 많기에. 크레용 색갈처럼 오색찬란한 프림로즈꽃도 색색이 심어보고 싶고 뾰족뾰족 머리를 내밀고 여기저기 솟아나오는 수선화니 튤립등도 살펴보고, 꽃 몽우리에 분홍색갈이 얼마나 많이 돋혔나도 보고싶다. 봄날에 절망한이여, 정원으로 나오시라. 새들의 지저귐과 꽃들의 미소가 있는 정원에선 사람은 신과 가장 가깝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웃들에게 모두 삶의 도주에서 한 시름 놓고 봄에는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를 심어보라고 부탁하고프다. 정원이 없으시다고? 이웃거리에 공원에 산책을 갑시다.
봄이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비밀의 화원이란 이름으로 영국태생의 저명한 여류작가 프란시스 혹슨 (Frances Benett Hodgson)이 지은 이책은 (The Secret Garden) 두명의 불우한 어린이가 -졸지에 부모를 여읜 소녀와 병약해서 불구가 된 소년- 우연히 발견한 페허의 화원을 발견한 후 꽃을 심고 가꾸며 깨어나는 봄의 경이로움에 흠뻑 취해 문자그대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인들의 꽃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절절히 묘사되어있다. 워낙이 봄이나 꽃을 별나게 즐기는 나였지만 나는 꽃순보는 눈이 이후로 한결 더 그윽해졌다. 정말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그그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봄봄이면 아예 정원에서 살다시피하는 나는 (물론 주말뿐이긴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정원에 나와 꽃을 심노라면 가끔 이것이 바로 나의 비밀의 화원라고 상상하게 되었다.. 비록 보잘것없는 정원이지만 나에게는 보물같은 곳이다. 그 속에만 있으면 일상의 시름도 사라지고 나는 오로지 산들바람과, 나뭇잎의 살랑거리는 속삭임과 꽃들의 신비로운 향내에 묻혀 행복해지는 그런 곳... 사람들이 죄다 비밀의 화원을 하나씩 가지면 이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 되지않을까? 땅도 시간도 돈도 없는 사람이면 더욱이나.
나말고도 또 비밀의 화원이 있는 사람이 있다. 서울에서 고층아파트에 사시는 우리 어머니는 내가 전화할적마다 물으신다. 이제는 수선화가 만발했나? 지금쯤은 등나무가 피었겠지? 장미가 활짝이겠구나? 하시며 계절마다 달마다 우리집에 피고있을 꽃들을 마음에 그리시며 궁금해하신다. 엄마는 하시고 싶어도 땅이 없고 나는 땅이 있어도 시간이 없지만, 그래도 틈틈히 정성드려 내 조그만 정원을 돌본다. 그리고 엄마께 편지를 드릴적에도 우리 꽃소식을 빠뜨리지않고 일일이 보고 드린다. 나는 우리 어머니의 비밀화원을 소중히 가꾸는 정원사이기에...
우리의 비밀화원에서는 나는 정다운 엄마이기도하고, 어릴 적 우리엄마의 정원에서 나팔꽃 꺾어 머리에 꽃고선 봉숭아로 손톱에 물들이던 가시나이기도 하다. 그렇게도 꽃가꾸기 좋아하시던 우리 엄마도 꽃다운 젊은 나이시며, 이제는 먼세상 가신 우리 아버지도 미소하고 계시고, 이제는 청소년이 된 우리아가도 아장거리며 쫒아다니고 있고... 우리의 비밀화원은 낙원이기도하고 애틋한 사랑과 행복이기도 하다. 뜰에 피는 꽃한송이 없이 집만 덩그러니 크게 사는 부자들보다 한아름 꽃을 안고 자신의 비밀화원을 들락거리며 사시는 우리 어머니가 한결 멋지고 자랑스럽다.
봄에는 새로 태어 나고 싶다. 봄에는 꽃따러 풀따러도 가고프다. 봄에는 옛친구도 찾아보고 어여브쁘게 단장도 하고프다. 봄이 없는 삶 - 상상이라도 할수 있을까?
동무야 꽃모종하자.
아이야 봄맞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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