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도시 뉴욕에는 지하철과 관련된 전설 같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사실인, 동물 이야기가 많다. 지하 터널 속에서 악어가 헤매고 있었다, 애완용 뱀이 객차 안에서 돌아다녔다는 얘기도 있고 국 끓이려고 시장에서 사 가지고 가던 닭이 자루에서 탈출해 전동차 안을 헤집고 다닌 실화도 있다.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이야기는 어떤 남자가 데리고 탄 개가 고양이를 등에 태우고 있었는데 개와 고양이가 모두 엉클 샘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것으로 닥터 수스의 책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증거로 사진까지 곁들여져 있다.
그러나 지하철 동물 이야기 가운데 가장 끈질기게, 널리 퍼져있어 조사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파 라커웨이에서 무임승차한다는 비둘기의 케이스다. 이곳을 운행하는 A라인의 오랜 승객이나, 승무원들에게는 전동차에 비둘기들이 타고 한 정거장 간 다음에 내리는 것이 너무나 흔한 일이라는 것이다.
종점에서 전동차를 청소하는 앤드루 리조(44)에 따르면 새들이 항상 기차를 타는 이유는 너무 뚱뚱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굶주리고 무식해서라는 것이다. 비둘기들은 기차가 종점에 도착해서 20분 정도 청소를 하는 동안 떨어져 있는 빵 조각 같은 것을 찾으러 전동차 안으로 들어왔다가는 기차가 출발하고 문이 닫힌다는 방송을 듣고도 무슨 말인지를 몰라 한 정거장을 타고 간 다음에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업자이던 1980년대 말에 센트럴 팍에서 양팔과 머리에 먹이통을 들고 가면 히치콕의 영화에서처럼 비둘기들이 떼지어 자기에게 달라붙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던져 주는 돈으로 주말엔 200달러씩 벌곤 했다는 리조는 그때 일이 너무 고마워서 아직도 때때로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곤 하지만 기차에서는 사정없이 쫓아낸다. 열심히 치워놓은 차안에서 비둘기들이 실례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종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아마추어 조류학자들이 되었다. A라인을 운전하는 기관사 프랜시스코 페냐는 무임승차하고 내린 비둘기들이 모두 제가 온 곳으로 다시 날아간다고 말했다. 1930년대에 프랑스로부터 월남까지 ,200마일을 날아 집을 찾아간 푸른 갈매기와 비교할 정도는 못되지만 어쨌든 그렇다.
청소부 프랭크 메이너는 정거장에는 참새와 갈매기도 많지만 비둘기처럼 전동차 안에까지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참새는 문지방까지 와서 안을 들여다만 보고 갈매기는 바깥에서 맴돌다가 비둘기가 차안에서 피자 조각이라도 물고 나오면 깡패처럼 비둘기를 밀치고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둘기가 독차지하는 식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갈매기들이 차안으로 들어올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 메이너의 관측이다.
또 다른 청소부 새라 캔티는 요즘은 기차의 출발을 예고하는 벨 소리가 날 때 비둘기들을 보고 있으면 곧 진짜 출발을 알리는 벨 소리가 날 때 서둘러 기차 밖으로 나가는 놈들도 생겼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걸 배우지 못했거나 상관치 않는 놈들은 언제나 있는 법. 어제 오전에도 한 통통하게 살찐 비둘기 한 마리가 버젓이 무임승차를 했다. 그 칸에서 비둘기와 함께 타고 간 에두아르드 칼로프는 동승한 승객이 자신을 귀찮게 하지도 않았고, 사실 같이 가기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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