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의 미디어 거물 가운데 월트디즈니 회장 마이클 아이즈너만큼 존경과 두려움, 그리고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거의 없다.
하지만 CBS 심야토크쇼 진행자 데이빗 레터먼의 ABC 스카웃 시도를 둘러싼 논란으로 아이즈너는 다시 한번 언론의 따가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것은 18년 전 시들어가던 디즈니사의 회장으로 부임, 과감한 경영쇄신과 전략을 통해 디즈니사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 가운데 하나로 부활시키고 자신도 월스트릿의 스타로 떠오른 아이즈너의 승리 가도를 꺾는 급격한 방향선회가 아닐 수 없다.
ABC 경영 책임자의 얼굴은 근래 들어 수시로 바뀌었다. 디즈니사는 최근 ABC 경영을 통괄하는 영화담당 최고 경영자를 새로 임명했다. 지난 3년간 세번째의 인사다.
지난 1996년 디즈니가 인수한 ABC의 시청률은 계속 하락, 현재 4대 메이저 네트웍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디즈니 주식가격도 지난 5년간 다우존스 산업지수,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500, 나스닥 등 3대 지표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같은 침체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CBS에서 레터먼을 영입, 테드 카플의 ‘나이트라인’을 대체하려는 디즈니의 대담한 시도는 어찌 생각하면 일리가 있다. 만약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아이즈너의 경영 능력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에 상관없이 일련의 상황은 ABC 뉴스 관계자 상당수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시킨 것은 물론 능력 있는 사람들을 다루는데 있어서 아이즈너의 인사경영 능력이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아이즈너 회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서 논평을 회피하고 있지만 얼마 전 "ABC의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아이즈너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0년대 초 디즈니사는 경영진 내부갈등에서부터 영화 흥행실패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디즈니사는 ABC 문제를 조속하게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리지스 필빈, 바바라 월터스, 테드 카플 같은 능력 있는 스타들과의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고 말았다.
뉴욕의 미디어 분석가 톰 월친은 레터먼 영입 시도와 관련,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시청률 부진을 탈피하려는 네트웍의 전형적인 시도다. 하지만 ABC는 디즈니가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디즈니가 요즘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모두 디즈니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9.11 테러로 디즈니랜드, 디즈니월드 등 위락공원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특히 항공여행에 대한 공포 때문에 외국 관광객의 숫자가 격감했다. 또한 광고업계 불황의 여파가 디즈니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 산업에 폭넓게 몰아쳤다.
업계 분석가들은 경기가 회복되면 미디어 산업도 부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주 골드먼 삭스의 분석가 리처드 그린필드는 디즈니의 올 2·4분기 수익이 당초 월스트릿의 예상치에 못 미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디즈니는 현재 불황타개를 위해 변화를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영화 부문에서 디즈니는 오스카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한 ‘인사이더’ 같은 대형 영화의 제작을 줄이고 대신 현재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스노 독스’ 같은 제작비가 적게드는 영화들을 주로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디즈니가 안고 있는 보다 심각한 문제는 TV 방송이다.
ABC의 저조한 시청률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디즈니사가 지난 1990년대 중반 캐피털 시티스/ABC사를 합병한 이래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하위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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