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잘 볼 수 없지만 오래 전에 한국에서 서부영화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 시절 기자도 서부영화를 무척 좋아했었다.
무엇보다 선과 악이 분명하고 주인공들의 개척 정신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서로에게 공정한 룰과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페어플레이에 매료됐었다. 더구나 정의감 넘치는 보안관이 선과 악을 분명히 가려주기 때문에 뒷맛이 개운했다.
서부영화에 담긴 미국인들의 정신과 역사는 지금의 미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는 그 정신과 역사가 지금도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 미국인들의 후예인 부시대통령이 최근 내린 철강제품 관세부과 결정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연합, 러시아, 브라질 등 그 조치로 피해를 보는 세계 각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부시대통령이 내린 이번 조치는 너무나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 나라보다도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는 나라다. 신자유주의의 기치아래 전 세계적인 무역자유화의 혜택을 강조하면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장벽 철폐를 실현시켜왔다. 그렇다면 국내 산업보호를 명분으로 관세의 칼날을 빼던 이번 조치는 분명히 ‘위선’이라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자국 산업이 어려워지면 관세장벽으로 자국산업을 보호하려든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말자고 누누이 강요해온 나라가 미국이 아닌가.
평소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해온 부시 대통령이 이 같은 반발을 무릅쓰고 강수를 두고 있는 배경에는 정치적인 필요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부시대통령은 오는 2004년 재선과 올 11월 상하 양원의 다수당이 걸린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마침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웨스트 버지니아 등의 철강 주산지들이 선거의 향방을 좌우할 최대의 격전지이다 보니 철강업계와 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전문가들과 언론조차 이번 조치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자유무역주의 논쟁은 차지하고서라도, 이번 조치가 철강업계의 일자리 1개를 위해 자동차, 캔 등 철강수요업계의 일자리 8개를 줄여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미국은 세계에서 돈도 가장 많고 힘도 제일 세다. 어떤 나라가 힘으로 미국과 대항해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러나 힘이나 돈보다 중요한 것은 도덕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지구촌의 리더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탱해준 원동력은 힘과 돈이 아니다. 서부영화에서처럼 도덕과 정신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이 그것을 잃는다면 이는 미국의 불행인 동시에 세계의 불행이다.
힘을 앞세운 일방주의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아무리 사정이 급박해도 도덕과 정신이 당당한 미국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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