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 창]
▶ 노재경 (국제회의 통역사)
가끔 통역하다가 오래 전에 만난 사람들의 근황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 중 잊혀지지 않는 아이가 있는데 미국 백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참으로 예뻤던 티나(가명)이다. 그 애가 종종 생각나는 것은 그 애가 진정으로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에 티나를 처음 만났을 때 티나의 나이가 7살이었으니까 지금은 벌써 20대 중반이리라. 티나의 엄마는 혼자서 어렵게 여러 가정집을 청소하면서 티나를 키우고 있었다. 엄마의 정식 교육은 초등학교 2학년을 중퇴하면서 끝났다.
엄마는 티나가 아침마다 학교 가는 대신 엄마 일하는데 가서 돕겠다고 하였고, 그래서 주말에 일이 있을 때는 티나를 데리고 청소하는 집을 찾는다고 하였다.
티나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기 저금통을 털어 엄마 손이 틀까 봐 고무 장갑을 사 주었다고 엄마는 큰 소리로 자랑하였다. 엄마의 불고기와 김치찌게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면서 티나의 학교에서 파티가 있을 때 마다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고 하였다.
오늘 또 다른 두 아이를 가진 엄마를 만났는데 그녀는 딸로부터는 자기 학교 올 때는 반드시 화장을 하고 오라는 부탁을 받았고, 아들로부터는 방과 후 학교로 데리러 올 때 친구들도 차에 타니까 한국 식품점에 가면 냄새 나는 한국 음식을 사지 말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 부탁을 받았는데 깜박 잊고 중국 식품점에서 삶은 게를 샀다고 차에서 냄새 날 것을 걱정하는 엄마였다.
이 엄마는 좋은 교육을 받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좋은 동네에 있는 부자집에 산다. 우리 이민 사회에서 나는 티나와 같은 애를 가진 엄마 보다 이런 엄마들을 훨씬 많이 접하게 된다.
이 엄마와 티나의 엄마는 둘 다 애를 키우고 있다는 것과 그 애들을 끔찍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 공통점이 전혀 없다. 한 엄마는 사랑을 주고 받는 법을 자녀에게 가르친 듯 싶고 다른 엄마는 사랑을 받는 법만 가르친 듯 싶다.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내게 "사랑"을 생각하게 만든 티나와 그녀의 엄마가 오늘 문득 보고 싶어졌다. 지금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고 계실지 궁금해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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