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인 칼럼]
▶ 최영학 목사 (산타클라라 성결교회 담임)
지금 절기는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회개하는 고백의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의 마지막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날이다. 예수님의 생애는 한마디로 말해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느냐"에 있었다.
이를 위해 고난주간 목요일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 심혈을 기울여 최후의 기도를 드리셨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잘 사느냐는 문제에 집착한 나머지 바르게 사는 것을 잃어버리고 수단과 방법에 얽매일 때가 많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생애는 우리들에게 참 삶의 목적과 내용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고 제시해 준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어떻게 하면 잘 사느냐"는 문제에 집착한 사람들로부터 냉대와 고난을 당하신 것이다. 예수님은 빌라도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 심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조금도 살기 위해 비굴하지 않고 담대히 진리를 증언하셨다. 사람은 "무엇이 이로우냐"에 집착하기 쉽다. 그러나 예수님은 "무엇이 나에게 이로우냐"가 아니라 "무엇이 옳으냐"라는 진리 추구의 삶을 사셨다. 이 일로 ‘빌라도’의 채찍을 맞으며 피를 흘리신 것이다. 진리가 채찍을 맞는 시대가 어디 예수님시대 뿐이겠는가 ? 오늘 우리의 시대 역시 세계 도처에서 진리와 양심의 호소가 얼마나 많은 채찍을 당하고 있는가 ?
예수님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을 때 ‘로마의 군인’은 예수님을 조롱하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로 관을 만들어 예수님의 머리에 씌웠다. 그의 머리에서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을까. 정권유지에 급급하여 인권을 예사로 유린하던 ‘빌라도 총독’, 권위와 부를 이용하여 자유를 짓밟던 ‘제사장들’, 종교를 내세우면서 위선에 사로잡혀 있던 ‘바리새인들’, 지성인인 체하면서 권력의 시녀노릇하던 ‘서기관들’, 여론의 매수에 휩쓸려 예수님을 죽이라고 아우성치던 ‘우매한 군중들’. 이처럼 세상의 온갖 불의와 죄악이 가시처럼 얽혀 예수님의 머리에 씌워졌을 때 예수님의 머리에서는 정의의 피가 아니 흐를 수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박힐 때 최후의 피를 흘리셨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순간에도 자기를 죽이는 자들을 위해 용서와 사랑을 간구하셨다. 확실히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흘린 피는 인류를 향한 뜨거운 사랑의 피였다. 예수님의 피을 흘린 고난은 참 삶을 위하여 진리와 자유 그리고 정의와 사랑의 나라를 위한 것이셨다. 따라서 이러한 고난을 의롭게 보신 하나님께서는 예수님께 부활의 영광을 주셨다. 고난의 자리에 부활의 아침이 깃든 것이다. "청년이 이르되 놀라지 말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사렛 예수를 찾는구나 그가 살아나셨고 여기 계시지 아니하니라 보라 그를 두었던 곳이니라."(막 16: 6)
무엇이 인격의 기준인가? 자신을 볼 줄 알며 자신을 가위질 할 줄 아는, 회개할 줄 아는 사람이다. 무성한 것만이 결코 아름다움이 아니다. 죄인임을 인정하는 인격과 그렇지 못한 자신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이다. 사순절을 맞으면서 주님의 고난을 ‘속의 나’ 를 가위질하는 아픔으로 가져야겠다. 우리의 부활절은 어떠한가. 많은 교인들은 고난을 외면한 채 부활의 영광만 차지하려고 하지 않는가. 한국의 기독교인 수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 놀라운 발전이요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교회는 영광에 도취되기에 앞서 고난의 자리부터 먼저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는 민족과 역사 앞에 어떤 희생과 고난의 모습을 가져야 하겠는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때 교회는 스스로 갱신될 수 있고 바른 선교를 민족 앞에 전개할 수 있고 역사를 새롭게 창조해 갈 수 있는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 그때 교회는 부활의 기쁨을 감격스럽게 느끼며 그 기쁨을 민족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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