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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서울경제 뉴욕특파원)
미국 랭킹 5위 상업은행인 뱅크원의 CEO 제임스 다이먼 회장은 올해로 나이 46세다. 그가 2년전에 뱅크원의 CEO를 맡았을 때 은행은 고비용 구조에 시달렸고, 자본 효율성이 미국 은행의 평균치 이하였다.
그는 경영을 맡자마자 소매분야를 통합, 중복부분을 도려내고, 기업 대출의 수익성을 높이는 등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했다. 그결과 뱅크원은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 건전한 수익성을 유지, 뉴욕증시에서 인기있는 종목으로 부상했다.
다이먼 회장은 41세에 투자은행 살러먼스미스바니의 CEO를 맡아, 샌디 웨일 시티그룹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되던 인물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너무나 잘 나갔기에 오히려 미국 금융계의 대부로 자처하는 웨일 회장의 견제를 받아 시티그룹을 떠났다. 그렇지만 젊은 경영자는 새로운 은행에서 천부적인 자질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메이저 은행에 40대 행장이 나왔다고 떠들썩하다. 조흥은행이 국제감각과 개혁성을 감안, 차기 행장으로 49세의 홍석주 상무를 내정했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임행장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그만두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며 술렁이는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젊은 행장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물론 동양권에서 나이가 아래인 사람이 높은 직책에 오르면, 나이가 많은 사람은 물먹은 것으로 간주돼 직장을 떠나는 게 관례처럼 되어 있다. 또 나이 어린 사람이 조직을 맡으면 지휘 통솔체계가 흔들린다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유교관념이 관료, 군, 직장사회에 깊게 뿌리밖혀 있다.
그런데 시장 경제가 발달된 미국에서는 나이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통 관념이 아니라 시스템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국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의 CEO 릭 왜고너 사장은 49세다. 그가 2년전에 경영을 맡았을 때 GM의 수익은 포드에 밀리고, 생산성과 자동차 품질은 일본 자동차에 뒤졌다. 그는 코스트를 줄이고, 외부의 능력있는 사람을 과감히 채용하며, 자동차 품질 개선에 나서 GM을 모든 분야에서 1위로 올려놓았다.
또 잭 웰치의 배턴을 이어받아 제너럴 일렉트릭(GE)의 CEO를 맡고 있는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46세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대주주인 한미 은행에서 40대가 행장이 들어섰지만, 100년 역사의 보수적인 국내 은행이 젊은 행장을 선택했으니 사람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반가운 소식은 신임 행장보다 나이가 많은 200명의 은행원들이 새 경영진과 함께 은행을 위해 일하겠다고 내부적으로 정리했다는 사실이다.
홍 내정자도 어느 인터뷰에서 “나이가 인사의 기준이 될 수 없고, 능력 위주로 인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구조개혁이 단행됐다고 평가받고 있는 금융분야에서 젊은 CEO가 정착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관료사회다. 재경부 정무직에 30대 또는 40대의 외부인이 자리를 차지했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나이든 재경부 관리 중에 마음 속으로 승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표를 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거나 복지부동의 태도로 돌아서지 않을까.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이 지난 99년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맡았을 때 44세였다. 그의 밑에는 장관보다 10살 많은 스튜어트 아이젠스탯이 부장관을 맡았고, 국제경제를 담당하는 티모시 가이스터 차관은 당시 37였다.
이에 비해 일본은 당시에 수상을 지낸 80대의 미야자와 기이치를 대장상으로 모셨다. 최악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금융 개혁을 노정객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일본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연공서열 때문이었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힘은 국력이 크기 때문만이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능력 본위로 조직이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한국도 경제 체질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서는 은행에서 시작된 젊은피 수혈을 정부 조직에까지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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