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색깔과 기하학적인 전통 패턴으로 인기
양탄자 짜던 난민들 귀향 채비로 공급에 차질
아프가니스탄을 파괴, 탈진시킨 20년에 걸친 분쟁이 많은 미국 가정에 가져온 기대하지 않았던 혜택이 있다면 그것은 파키스탄 북부에 자리잡은 아프간 난민들이 짠 아름다운 양탄자다.
1980년대 구 소련의 점령, 이후 탈레반 정권의 박해를 피해 아프간을 빠져나온 난민은 2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반 유목민 종족이 대부분인 그들이 고향을 떠나며 챙겨온 것 중 가치 있는 것이라곤 대를 물려 내려온 양탄자 짜는 기술뿐이었다.
세계 은행 등, 이 집 잃은 사람을 돕는 인도주의 단체들과 국제기관들의 격려로 세계 시장에 나온 이들이 짠 양탄자는 ‘오리엔탈 양탄자’로 알려진, 섬세한 꽃무늬의 페르시아 양탄자보다 조금 거친 감은 있지만 수제 털실에 천연 식물성 염료로 염색한 심오하고 대담한 색깔과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 시장에 나온 이래 꾸준히 매상이 늘고 있어 워싱턴 지역 양탄자 상인들은 9월11일 테러이전 아프간 양탄자의 시장 점유율이 10~25%라 했다.
그러나 미국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파키스탄 국경에 걸쳐있는 난민 정착촌에서의 양탄자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수입업자와 소매상인들은 그 장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수제 양털에 천연염색을 한 양탄자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워싱턴의 ‘트로카데로 오리엔탈 양탄자 및 직물’ 주인 제인과 빌 시워드는 9월 이후 양탄자 제조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의 고향으로 갈 수 있을지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새 양탄자 짜는 일을 시작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워싱턴의 또 다른 수제품 전문점 ‘우븐 히스토리 & 실크 로드’ 주인 메멧 얠신도 양탄자 132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40장밖에 못 받았다면서 많은 난민들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에 양탄자를 수입해 트로카데로에 배달한 수입업자 쿠람 하룬은 많은 양탄자 짜는 사람들이 다시 아프간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면서 그들이 돌아가면 아프간에서 다시 양탄자를 짜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시장이 있음을 알았으므로 반드시 계속할 것이라는 말이다. 9월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이 진을 치고 있는 지역에서 수입해온 물건을 사는 일에 대한 주저도 이제는 없어졌고 지난 1월 애틀랜타에서 열린 연례 국제 양탄자 박람회에서도 아프간 양탄자는 잘 팔렸다고 하룬은 전했다.
수제 양탄자는 유럽과 극동을 이어주는 고대의 교역로 실크로드 주변에서 오래 전부터 만들어져 온 것으로 러시아의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국립박물관에는 기원전 5세기 것도 보관되어 있다. 이 일대의 여러 민족이 세대를 걸쳐 제조해온 이 양탄자들은 양털을 깎아 만든 실로 짠 것으로, 여자아이들은 5~6세부터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양탄자에 자기 민족의 역사를 기록하고 중요한 사건들을 상징하는 모티브들을 넣어 짠 이들이 소련의 아프간 점령시절에 만들어 ‘전쟁 양탄자’라고도 부르는 양탄자에는 계속되는 분란에 사용되는 무기들이 무늬로 들어가 있기도 하다.
뉴욕의 ABC 카핏 & 홈 사장 그레이엄 헤드에 따르면 아시아의 가장 외지고 황폐한 곳에 살지만 이들의 집에는 모두 아름다운 양탄자들이 걸려 있다는데 아프간에도 화학염료가 들어오고 기타 여러 가지 현대의 생활방식에 노출되면서 전통적인 기법과 디자인은 소실되고 있어 난민을 위해 일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이 원래의 기법과 디자인을 되살리도록 장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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