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이래 아랍계 미국인 가운데 자기 이름을 아랍 냄새가 덜 풍기는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 아랍계 시민중 상당수가 9·11 사건이 이슬람 과격분자들에 의해 저질러졌기 때문에 자신이 분풀이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보복 위협, 그리고 편견을 개명 이유로 꼽았다.
파키스탄 태생 금융인 타리크 하산(35)은 최근 자신의 이름을 고쳐 앞으로는 테리 하산으로 불리게 된다.
9·11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가 서있던 곳과 허드슨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호보켄의 주민인 하산은 "타리크라는 이름을 알려주면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들은 ‘아, 너도 그들 중 한 놈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고 말했다.
해군에서 복무중인 샌디에고 출신의 한 남자는 9·11 테러 이틀 후 법원에 가서 이름을 모하마드에서 마이클로 바꾸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그는 개명 사유를 묻는 란에 ‘이름에 대한 편견과 차별’ 때문이라고 썼다.
캘리포니아주의 미라메사에 사는 베디르란 이름의 사나이도 마크로 개명했다. 그는 개명 신청서에 ‘더 이상 아랍식 이름을 원치 않는다’고 썼다.
뉴저지주 시커커스에서도 이삼 아부 자이드란 사나이가 자기 이름을 샘 폴 세인트 저먼으로 고치는 법적 수속을 밟고 있다. 그는 수년 전 자신을 입양한 양모의 이름을 따기 위해, 그리고 이름 때문에 자신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피하기 위해 개명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남가주 이슬람-미국 관계 협의회의 라이드 파라지 대변인은 "이 같은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왜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는지는 모두가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논평했다.
한편 뉴저지주 패터슨 소재 아랍-아메리칸 민간기구의 하니 아와달라 의장은 자기가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개명하는 것은 어느 정도 유죄를 인정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는 배짱도, 용기도, 남자다움도 없는 수치스런 행동이라고 개탄했다.
9·11 테러사건에 이용된 항공기들을 납치한 범인들 가운데 적어도 6명이 패터슨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후 이 곳 주민들은 아직도 수모를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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