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높은 이혼율이 이야깃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OECD 가입국가들중 네번째로 높다고 하니 이혼에 관한한 한국은 이혼율 높기로 유명한 서구 국가들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가고 있다.
한국사회의 이혼율이 이렇듯 높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남녀를 구분하는 보수적 분위기가 여전히 매우 강하고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신장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한국의 이혼율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미국은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유럽의 기라성 같은 개방적 나라들을 제치고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는 사회심리학적 요인들이 분명히 내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긍정적이라고도 볼수 없고 부정적이라고만도 볼수 없는, 그저 지금 우리 나라에 나타나고 있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그것이 이혼의 증가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혼’이라는 것이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할수 있는 여력이 생기면서 이혼이 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지만 부부의 인연이란 맺을때나 헤어질때나 경제적인 요인으로만 재량할 수는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인간의 유형은 여러가지로 다양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본질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며 어떤 사람은 현실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배우자의 모습 여부에 상관없이 한번 언약하고 결정한 것은 죽을때까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매일 다투거나 서로 힘들게 하느니 차라리 이혼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배우자로부터의 고통을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로 모두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태도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어리석고 무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혼을 하게 된다면 배우자에게 평생 돌이킬수 없는 아픔을 줄것만같아 이혼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배우자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결단해 버리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이혼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을 이혼하지 않고 있다가 돌이킬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조금 서로 이해하면서 함께 살았더라면 자녀들을 비롯해 모든 것이 훨씬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이란 이렇듯 모두 다른 것이다.
시인 류시화는 ‘길 위에서의 생각’이라는 시에서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고 노래한바 있는데 이혼이란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사람에 따라 이혼은 출발이기도 하고 정말 ‘돌이킬수 없는 상처’일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는 태도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한국인 100쌍중 40쌍 가까이 이혼을 한다는 통계에 이르러서는 이혼이 요즘 어떤 풍조처럼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다.
이혼이 더 이상 불행하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인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혼 당사자들의 문제이지만 이혼율이 천정부지로 높아가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번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주한인사회에도 이혼가정의 자녀들은 참으로 많은데 의미심장한 것은 자녀들이 이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한국청소년 상담원’이 지난해 전국의 이혼가정 중고등학생 1천7백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혼가정의 아이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혼가정 아이들의 45.8%가 부모의 이혼을 ‘잘못된 일이지만 이해할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던 바 있다.
아이들이 더 이해심이 많고 성숙한 것인지... 그런 아이들을 생각하노라면 조용히 하염없이 비를 맞고 서있는 나무의 모습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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