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여가활동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TV 드라마나 영화 중에 좋은 작품이 많이 있지만 한인들이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음식을 먹듯이 한국 드라마를 즐긴다. 한국생활과 사고방식에 인이 박힌 사람들의 입맛에는 한국 드라마가 맞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인 TV방송에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데도 비디오 가게마다 성시를 이룬다. 요즘엔 한국의 여러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위성방송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비디오를 보느라고 밤을 새워 다음날 일에 지장을 느낄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직장이나 모임에 나와서도 드라마 이야기로 꽃피운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골프 이야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 드라마를 더 즐기는 것 같다.

드라마의 생명은 우선 스토리의 전개이다. 어떤 내용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시청자의 관심이 모아진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역시 배우의 연기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배역을 맡길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선택했겠지만 역시 능숙한 배우들의 연기는 그럴 듯하다. 대본만 가지고 몸으로 표현해 내는 그들의 연기력을 보면 감탄할만 하다.

그런데 사람의 인생도 한 편의 드라마에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을 주연으로 하는 드라마임에 틀림 없다. 울고 웃는 한평생은 성공과 환희가 있는가 하면 실패와 좌절이 있는 한 편의 드라마이다. 악성 베토벤은 임종을 하면서 “친구들이여, 박수를 쳐라. 코미디는 끝났다”고 말했다.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 그 인생드라마를 연기하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은 주연이든 조연이든 한 사람 한 사람마다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극중에서 맡은 역할과 극중인물의 성격을 잘 표현함으로써 독특한 개성을 가진다. 어떤 배역은 거짓말을 하고 남을 괴롭히는 역할을 하고 어떤 배역은 핍박을 받으면서도 착한 일을 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위선으로 살아가는 배역이 있는가 하면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해 가면서 진실로 살아가는 배역도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극중의 나쁜 인물을 미워하게 되고 좋은 인물을 동정하거나 좋아하게 된다. 이런 감정이 배역을 맡은 배우들에게까지 전이되기도 하기 때문에 배우들은 악역을 맡지 않으려고 하기도 한다.

사람의 인생도 드라마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남을 해치고 위선으로 사는 인생은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사지만 핍박 속에서도 착한 마음으로 자기를 희생하면서 진실로 살아가는 인생은 영원한 감동을 준다. 그 좋은 예가 자식을 위하여 무조건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의 인생이다. 어느 자식이 어머니의 사랑에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의 현실에서는 권력과 돈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만 권력과 돈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 드라마에서 권력과 돈이 많은 배역이라고 해서 감동을 줄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인생이 아니라 좋은 인생이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의 인생 드라마는 어떤 스토리이며 그 드라마에서 나는 어떤 배역을 하고 있는가를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나의 역할이 내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미움을 살 것인지, 아니면 아름다운 감동을 주고 있는 역할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도 이런 기준에서 가치를 매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