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내음과 함께 ‘홍순관 CD 만들어주기 콘서트’가 타운에 잔잔한 화제를 몰고오면서(3월28일자 본보 문화면 보도) 콘서트를 여는 유연희씨가 누군지, 왜 이런 음악회를 여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연희씨(47)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 가수 홍순관씨와는 아무 관계도 없지만 단지 좋은 노래 만드는 그를 사심없이 돕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녀의 초대의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1년반전쯤 ‘대지의 눈물’ 공연중에 가수 홍순관을 처음 만났습니다. 동경에서 있은 정신대여성 국제법정기금 모금음악회 중이었습니다. 힘없는 사람, 소외된 사람 돕기를 일상화하여 10여억원도 넘게 모금한 사람이 정작 본인은 음반을 못내고 있었습니다. 가수에게는 음반이 숨같은 일일텐데, 마지막 CD를 낸 것이 7년전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때 이분께 돌려드리는 음악회를 한번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반동안 생각만 하고 미뤄오던 음악회를 4월11일 오후8시 아로마윌셔센터에 열기로 확정한 요즘 유씨는 혼자 동분서주하며 스폰서를 찾고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유씨는 재작년 좋은 음악회가 있다고 친구가 데려간 한 교회에서 홍순관의 노래를 처음 들었다고 한다. 그가 ‘천국의 자유’를 노래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계속 웃고 있는 모습, 그저 흐뭇하고, 자유롭고, 아름답고, 그리고 노래하는 가수가 기특하게 느껴지더란다. 그 인연으로 2000년 9월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린 ‘대지의 눈물’ 공연에서 다시 만났을 때 유씨는 그의 북가주 순회공연을 주선해주었고 그때 그에게 음반을 언제 냈는가고 물었다. 그게 이번 ‘사건’의 시발이 된 것이다.
과부사정 홀아비가 안다고 했나. 자기만 잘 살면 되는 요즘 세상에 자기 일도 아니면서 남 돕기에 열심인 것은 홍순관씨나 유연희씨나 똑같다. 결국 이 모든 일이 ‘제 머리 못 깎는 중’ 두 사람이 만나 빚어진 아름다운 협연, 사람의 숨소리가 들리는 음악회라고 할까?
미대 조소과를 나와 국악을 하고 시인이 되어 노래하는 홍순관씨 못지 않게 유연희씨도 평범치 않은 경력의 소유자다. 경기여고를 나와 UCLA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그녀는 ‘물리가 제일 쉬워서’ 우주역학 엔지니어가 된 후 10여년간 록크웰 인터내셔널사에서 일했다. 여자로서는 극히 드문 우주공학자로서 스페이스 셔틀의 처음 제작때부터 참가했던 그녀는 엔지니어로서는 일할 만큼 했다고 생각되던 시점에 회사를 떠나 그때부터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고 있다.
돈을 많이 벌던 시절, 주말이면 화랑과 뮤지엄 구경하며 그림 사모으는 것이 낙이었던 덕분에 라카냐다의 집에서 홈 갤러리를 만들어 동네사람들 그림보고 차 마시는 공간을 한 1년반 열어두기도 했고, 한때는 ‘크리스천 라이프’의 남가주지사를 맡아 얼마간 기독교계에서 봉사하기도 했다. 지금은 타운내 호텔에서 작은 기프트샵을 운영하는, 조용하면서도 엉뚱한 그녀가 이번에는 왜 갑자기 한 가수를 돕겠다고 나섰을까?
"홍순관의 노래는 개인음악이 아니라고 봅니다. 좋은 일에 앞장서는 좋은 노래를 탄생시키는 일이죠. 누군가 해야될 일을 그가 하고 있으니까, 그를 위해 해야될 일 또한 누군가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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