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음악으로 채색된 한편의 드라마다. 최근 요란스런 시각효과와 왁자지껄한 코미디가 뮤지컬을 장악하는 듯해도 결국 명작으로 남는 뮤지컬은 가슴속에 진한 감동으로 승부한다. 이번 달부터 막을 올리는 두 편의 뮤지컬 ‘풀 몬티’와 ‘뮤직맨’이 바로 그런 작품들이다.


<풀 몬티>

지난 97년 IMF한파를 맞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모습중 하나는 실직으로 축 처진 아버지들의 슬픈 어깨였다.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가장들에게 죽음보다 잔인한 사형선거에 다름없는지 모른다.

16일부터 6월8일까지 아맨슨극장(135 N. Grand Ave.)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풀 몬티’ (The Full Monty)는 졸지에 생계수단을 잃고 가장으로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몰수당한 아버지들의 애처롭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웃음이 녹아든 드라마. 한마디로 ‘고개 숙인 남자들’의 훈훈한 분투기다.

실직과 맞물린 여러 종류의 무기력함으로 방황하던 6명의 남성들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끝에 여성전용 스트립쇼를 공연한다. 볼 품 없는 몸매를 무기로 부끄러움과 자괴감으로 시작한 이들의 쇼는 마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곤경에 빠진 친구도 돕게 되는 등 결국 주인공들은 얼마의 돈뿐만 아니라 가장으로서의 자신감도 함께 회복한다는 행복한 결말이다.

지난 97년 아카데미에 거명된 동명영화가 원작이다. ‘풀 몬티’란 영국 속어로 ‘홀딱 벗다’라는 뜻이다. 뮤지컬의 대본은 4번의 토니상에 빛나는 테렌스 맥널 리가 썼고 음악은 데이빗 야즈넥이 맡았다. 원작의 무대는 잉글랜드나 뮤지컬에서는 버팔로가 배경이다.

2년전 브로드웨이에 첫 선을 보여 뉴욕타임스 등으로부터 극찬을 얻은 이 뮤지컬은 토니상 10개 부문에 후보지명되기도 했다. 공연시간 화∼금(밤 8시), 토(오후 2시, 밤 8시), 일(오후 2시, 밤 7시30분) 티켓 30∼75달러. 문의 (213) 628-2772


<뮤직맨>

1912년 아이오와의 한적한 시골마을 ‘리버시티’에 나타난 자칭 대학교수인 사기꾼과 순박한 마을사람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뮤직맨’ (The Music Man)이 4월30일부터 5월5일까지 오렌지카운티 퍼포밍아츠센터 무대 위에 펼쳐진다.

주인공 ‘헤럴드 힐’은 순진한 이들에게 자신이 발명한 음악교육 ‘사고 시스템’과 악기 등을 구입하지 않으면 동네아이들이 조만간 버르장머리가 없어져 타락한다는 한탕 사기행각을 벌이는데 한술 더 떠 아이들로 구성된 고적대의 지휘자까지 자처한다.

이 와중에서 사기꾼 ‘힐’은 우연히 이 마을의 아름다운 사서 ‘마리안’을 사랑하게 되고 그의 정체를 알게 된 그녀가 그를 새사람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과정과 갖가지 해프닝이 잔잔한 감동으로 그려진다.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 뮤지컬은 최고의 뮤지컬로 이름을 날리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누르고 토니상 베스트뮤지컬상을 따내기도 했으며 총 8개 부문에서 토니상을 거머쥐었다. ‘76개의 트럼본’ ‘게리, 인디아나’ 등 아름다운 노래들도 유명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그래미상도 탔으며 영화로도 제작돼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공연시간 화∼금(밤 8시), 토(오후 2시, 8시), 일(오후 2시, 7시30분) 티켓 20∼55달러. 문의 (714) 740-7878 (213) 365-3500 jjrh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