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의 유망 벤처들]
▶ 불안한 경쟁력, 불황으로 결국 워시아웃 펀딩
오늘 소개하는 벤처는 앞으로 필자의 "유망" 벤처 리스트에 얼마나 더 오래 자리할는지 자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면에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벤처 업계에서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까 해서이다.
쿠퍼티노에 위치한 플러리스는 코어 라우터(Core Router)를 개발하는 벤처이다. 금년 2월 제이피 몰건 파트너즈, 캄벤처스, 크레센도 벤처스 등으로부터 5천3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였는데 1997년 설립 후 다섯 번째 펀딩이다. 이번 펀딩의 특징은 회사의 자본을 전면 재구성하는 소위 "워시아웃(washout)"이라 불리는 펀딩이라는 점이다. 즉, 회사의 우선주가 모두 보통주로 다시 발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 투자하는 투자자나 현 직원들은 새로 주식을 받기 때문에 무관하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은 크게 희석된다.
이번 펀딩에서 라이트스피드, 베이 파트너즈, 월드뷰 등 이전 펀딩에 참여했던 벤처캐피털들은 속된 말로 손을 털었다. 더 이상 투자를 지속치 않음으로 해서 이번 "워시아웃" 펀딩에서 지분을 포기한 결과가 된 것이다.
5번째 펀딩이 있기 전에 기업가치 평가(Valuation)에서 플러리스는 3천만 달러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이는 2000년 4번째 펀딩에서 1억 달러의 투자를 받을 당시에 평가받은 6억5천만 달러와 비교하면 엄청난 평가 절하이다.
정보통신의 거품이 빠지면서 벤처 캐피털들이 기업 평가를 다시 하고 신규 투자를 자제하는 자본 시장의 경향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엄격히 따져보면 창사이래 받은 2억2천만 달러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5년째 매출은커녕 제품 출시마저도 온전히 못하며 거액의 자본을 까먹고 있는 플러리스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총235명이 근무하는 플러리스는 50만 달러선의 코어 라우터를 개발하여 현재 도이치 텔레콤 및 북미지역의 통신업체 두 곳에서 제품 시험을 하고 있을 뿐이다.
플러리스는 1997년 설립 당시에는 데이터 라우팅을 위한 소프트웨어 디자인 벤처로 출발하였지만 2년 후에 라우터 하드웨어로 사업 방향을 바꾸었다.
사업선의 전환은 조직, 기술, 마케팅, 재무, 고객 및 파트너 관계 등 사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전제한다.
따라서 철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기존의 추구해온 자신의 가치에 스스로 흠집을 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회사 전반에 걸쳐 커다란 에너지 소모를 감당해야 하므로 매우 신중을 기해야한다.
코어 라우터는 네트워크의 허브에 위치하면서 패킷의 흐름을 관리하는 교통 경찰과 같은 역할을 하는 데이터 전송의 핵심 장비이다.
코어 라우트 시장은 시스코와 주니퍼가 각각 72퍼센트, 26퍼센트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매우 견고한 시장이다.
시스코와 주니퍼가 통신 업체들과 단단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코어 라우터와 같은 고가의 핵심 장비는 기존의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플러리스가 그 틈새에서 도약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플러리스로서는 차라리 시스코와 주니퍼에 합병되는 전략을 세우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코어 라우터 시장이 크게 위축되어 있는 현실과 별 다른 차별성이 없는 플러리스의 라우터를 감안하면 그리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형편이다.
2001년 세계 코어 라우터 시장의 규모는 24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2000년에 비해 4 퍼센트 가량 떨어진 것이며 금년 2002년도 역시 내리막 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플러리스로가 5번째 펀딩에서 받은 투자 금액은 앞으로 1년에서 1년 반 안에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 반드시 매출을 일으켜야할 것으로 보인다.
글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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