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만에 되찾은 보스턴마라톤 월계관이 불과 1년만에 다시 남의 것이 됐다. 세계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턴 국제마라톤 디펜딩 챔피언 이봉주(삼성전자)가 15일 제106회 레이스에서 마라톤대국 케냐의 인해전술 파도를 넘지 못하고 아깝게 5위(2시간10분30초)에 머물렀다.
지난해 이봉주의 힘찬 줄달음에 막혀 대회 11연패 야망이 좌절됐던 케냐는 1위(로저스 롭·2시간9분2초) 2위(크리스토퍼 체보이보치·2시간9분5초) 3위(프레드 키프롭·2시간9분45초) 4위(음바라크 후세인·2시간9분45초)를 휩쓴 것도 모자라 이봉주 바로뒤 6위(엘리아스 체벳·2시간10분40초)와 7위(시몬 보르·2시간11분39초)까지 차지했다. 여자월계관도 케냐의 몫.
그러나 이봉주는 역시 ‘국민 마라토너’였다. 1대1로 붙어도 만만찮은 케냐선수 예닐곱명이 앞·옆길을 틀어막고 번갈아 피치를 올렸다 늦췄다 반복하며 ‘챔피언 레이스’를 훼방놓은 것에 비춰 페이스메이커도 블로커도 없이 홀로 뛴 이봉주의 5위 차지는 나무랄 수 없는 전과였다.
보스턴 교외 합킨턴 출발선에서 15일 정오(동부시간)에 울려퍼진 출발총성. 태극띠로 머리를 동여맨 이봉주는 바로 그 순간부터 검은 철각들에 시달려야 했다. 자리잡기 싸움에서 밀리며 5킬로 10킬로 15킬로 지점을 1초차 2위그룹으로 통과.
끌려가느냐 치고나가느냐. 케냐병풍속에서 이봉주는 결단을 내렸다. 20킬로 지나며 앞서나가 반환점부터 25킬로 지점까지 선두. 대망의 2연패 희망을 한껏 부풀린 되받아치기 스퍼트는 그러나 레이스플랜에 없는 오버페이스. 그 짐은 고스란히 이봉주가 져야 했다. 잠시 뒤처졌다 따라붙은 이봉주는 애당초 1차 스퍼트 예정지로 점찍어둔 29킬로 지점에서 또다시 그들의 스퍼트가 이어지자 한참 밀려났다. 30킬로 탑10에도 들지 못할 정도.
그리고는 곧바로 깔딱고개, 심장이 터질 듯 힘들다는 하트브레이크힐(Heartbreak Hill)이었다. 오르막에 강한 이봉주의 승부처이기도 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30킬로부터 느긋하게 선두로 나선 로저스 롭 등 케냐선수들도 더 빨라졌다. 한명두명 제치며 35킬로 6위. 진짜 목표물인 롭은 그러나 이미 추격권밖. 무려 1분32초, 거리로는 약400m나 차이가 났다.
이봉주는 마지막 한방울 힘까지 쥐어짜며 최후의 스퍼트를 했으나 앞선 4명을 따라잡기 전에 결승선이 그를 멈춰세웠다.
한편 여자부에서도 케냐의 마가렛 오카요가 대회 2연패를 노리던 팀동료 캐서린 은데라바(2시간21분12초)를 2위로 멀찌감치 따돌리고 2시간20분43초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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