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브 기록한 뒤 외야 관중석에 공 던져 한풀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던 뼈아픈 기억이었지만 심장을 파헤치는 것 같던 아픈 상처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7개월 넘은 시간이 흐르며 어느 정도 아물었다. 하지만 상처는 아물어도 기억은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악몽의 기억을 완전히 떨쳐버릴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2번이나 9회말 투아웃 동점홈런이라는 ‘피 눈물나는’ 악몽을 안겨준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아픈 기억을 지우는 ‘복수혈전’을 펼쳤다. 12일 뉴욕 양키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인터리그 3연전 시리즈 최종전에서 김병현은 D백스가 7대5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라 양키스 타선을 2이닝동안 삼진 4개를 곁들여 1안타 1포볼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17호 세이브를 따냈다. 9회말 셰인 스펜서를 병살타로 잡고 경기를 끝낸 김병현은 마운드에서 캐처 로드 바라하스 등 동료들의 축하인사를 받은 뒤 갑자기 돌아서며 공을 레프트필드 펜스 방향으로 힘차게 집어던졌다. 마치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의 악몽을 공에 담아 멀리 던져버리는 듯 했다.
8회말 7대5 상황에서 김병현이 마운드에 오르자 5만여 양키스 팬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물론 다시 한번 역전홈런을 선사해달라는 불순(?)한 의미가 담긴 환호였다. 하지만 김병현은 즉각 버니 윌리엄스, 제이슨 지암비, 호헤 포사다 등 양키스의 클린업 트리오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워 팬들의 열기에 찬 물을 끼얹었고 D백스는 9회초 스티브 핀리의 투런홈런으로 리드를 9대5로 벌려 김병현의 짐을 더 덜었다. 드디어 9회말. 김병현은 첫 2명을 포볼과 안타로 내보내 위기를 맞는 듯 했으나 루키 마커스 테임스를 삼진으로 잡은데 이어 스펜서를 2루 병살타로 처리하며 한껏 당겨진 활시위같던 긴장감을 일순간에 해소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김병현의 손을 떠나 공중으로 날아간 볼은 레프트펜스 뒤쪽 그물망에 떨어졌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2사후 스캇 브로셔스에 맞은 동점 투런홈런 볼이 떨어진 곳과 거의 같은 지점. 하지만 이번에는 절망이 아니라 환희와 안도의 홈런(?)이었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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