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인가. 부시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기업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비리로 주가는 연일 급락하고,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은 ‘표’ 떨어지는 소리에 안절부절이다. 공화당 내부에는 기업비리가 중간선거는 물론 2004년 대선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위기감이 짙게 배어 있다.
부시 대통령, 체니 부통령에 이어 새로이 기업비리 스캔들에 이름을 올린 행정부 인사는 래리 톰슨 법무부 부장관. 그는 대기업 회계부정을 조사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9일 발족한 특별조사단의 단장이다. 지난해 5월10일까지 신용카드회사 ‘프로비디언 파이낸셜’사의 회계감사 담당 이사로 재직했던 톰슨 부장관은 내부자 정보를 이용, 회사의 결산공고가 나오기 2~3개월전 500만달러의 자사주를 처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소비자사기 및 증권사기 혐의로 궁지에 몰린 상태다.
스캔들 제조기로 전락한 재력가 체니 부통령은 핼리버튼사의 최고경영자로 재직중 국방부로부터 이권을 따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핼리버튼의 자회사인 캘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BR)가 9·11테러이후 대테러 전쟁에 필요한 상당 규모의 물자와 시설을 국방부에 공급하는 계약을 집중적으로 따냈다고 전하고 이 회사는 체니 부통령이 국방장관이었던 1992년부터 급성장했으며 현 이사진 중에는 당시 체니 장관의 보좌역이었던 조 로페즈 전 대장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데이빗 레사르 핼리버튼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 딕 체니 부통령이 핼리버튼사 재직 시절 회사에서 비용 초과분을 수입으로 계상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기업비리 스캔들로 주가가 6일째 곤두박질치고, 비리연루 의혹에 집단으로 사로잡힌 백악관과 행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허둥대자 공화당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의 미온적 태도에 내심 불만스러운 분위기이다.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석유기업 하켄 에너지에서 이사로 재직한 시절 발생한 주식 내부거래 의혹과 관련해 "회계 규칙은 흑백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변명을 늘어놓았으며 9일 행한 월스트리트 연설에서도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이 당의 정치적 입지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변명에 급급했다며 불평을 터뜨렸다. 주식 폭락과 기업회계 부정 스캔들 속에서 미국 경제가 쇠퇴 조짐을 보이는게 아닌가 불안해하는 공화당 성향의 중산층 및 50세 이상의 중노년층을 다독이지 못했다는게 이들의 평가다.
오린 해치 공화당 상원의원이 15일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합세해 부시 대통령이 하켄 에너지 관련 서류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시호가 불러온 풍랑으로 이제 당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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