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폭염에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지지난주 주말 당직 때는 플러싱 한인밀집지역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허위 제보가 들어와 토요일을 당직 기자들과의 통화에 불이 나게 하더니 지난주에는 우연히 현장 가까이 있다가 매운 연기가 나는 처참한 화재가 막 진압된 현장을 보게 되었다.
반쯤 타다만 매트리스가 물에 젖은 채 밖으로 끌려나와 있고 건물 유리창은 박살났으며 실내는 너덜너덜한 천장, 시커멓게 그을린 시멘트 벽돌, 형체를 알 수 없게 녹아 내리고 엉겨붙은 가재도구가 흉측스러운 쓰레기 더미로 뭉쳐져 있을 뿐이었다.
밤새 일하고 와서 잠을 자다 불이 났다는 소리에 아이들과 부랴부랴 몸만 빠져 나왔다는 남자, 몸이 아파서 누워 있다가 겨우 기어서 입은 옷 그대로 몸만 피했다는 여성 등 피해자들은 런닝셔츠와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몸만 달랑 나와 서있거나 쭈그려 앉은 채 망연자실 말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한인사회에서는 4층 다세대 주택 8가구 입주자가 모두 한인인데 불이 나 건물 3분의 2가 탔다더라, 피해자들은 적십자사가 제공한 임시 숙소에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잠시 오갔을 뿐 벌써 과거사가 되어버리고 우리는 이제 더 이상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굳이 후속기사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한인사회 차원이 아니더라도, 피해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종교 단체나 소속 단체, 동창회 차원에서라도 피해자들을 도와주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바란다.
그날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 구경을 하던 사람들도 “에어컨 과열로 불이 난 것 같다”는 추측에 저마다 핸드폰으로 집에 연락하여 “에어컨 그만 꺼”하고 소리나 질렀을 뿐이다.
그러나 이 더위에 온 집안이 홀랑 타버린 피해자의 처지를 살펴보자.
늘 쓰던 빗 하나라도 없어지면 아쉽고 종일 찾게 되는데 이민 생활 동안 알뜰히 모아왔던 모든 것들이 일시에 잿더미가 되었을 뿐 아니라 불에 놀란 가슴을 떠올려보자.
신분증, 운전면허증, 소셜 넘버, 건강카드 등등 모든 것을 다시 하려고 소셜 시큐리티 사무실로, 차량국으로 이 복더위에 뛰어다닌다고 할 때 시간과 힘은 차치하고라도 얼마나 힘드는 일인가?
사실 자기 집이건 남의 집이건 화재 보험에 가입한 한인들이 얼마나 있는가. 보험 인식 부족 이전에 막대한 보험료 때문에 사고가 나서야 후회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보니 개인 재산 손실에 대한 보상은 꿈도 못꾼다.
그 옆에 잠시 있었는데도 목구멍 끝까지 연기가 꽉 차 올라 주말 내내 물만 마시며 ‘불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하며 기분이 울적했었다.
전기 합선이나 누전, 방화, 부실 건물인 경우에는 우리가 조심해봤자 소용이 없지만 부주의나 방심으로 인한 재난은 막을 수 있다. 다세대 주택이나 대형 아파트에 사는 경우에는 나 혼자 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며 모든 입주자들이 신경을 써야 한다.
주위에서 곰국 끓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타는 냄새와 연기에 깼다던가, 무드 잡는다고 촛불을 켜놓은 채 잊어버렸다던가, 가스 렌지에 찻물 올려놓은 것을 잊었다던가 등등 우리는 살면서 아찔했던 경험담을 자주 듣고 있다.‘불낼 사람 따로 없다’, ‘화재는 계절 없고 불행은 예고 없다’ 고들 한다.
실내청소 후 버리는 쓰레기에 타기 쉬운 물건을 방치한다던가 전기담요를 자주 밟거나 접어서 사용 말 것이며 한 개의 콘센트에 여러 가지 전기기구를 꽂지 않을 것 등 무관심과 방심이 부를 불씨를 예방해야 할 것이며 여름휴가시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모든 화기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
외출 준비를 끝내고 문을 잠그기 직전 다시 한번 가스 점검을 하자. 자꾸 잊어버리면 현관문 뒤쪽에 “앗! 가스”라던가 “꺼진 불도 다시 한번”을 써 붙여 놓자.아무리 조심, 또 조심해도 괜찮은 것이 불조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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