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의 말씀이다. 원하는 시기에 자의로 은퇴할수 있는 사람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행운아다. 은퇴는 고사하고, 그저 ‘퇴출’을 면하는 것만으로 감지덕지 해야 할 판이다.
내달로 만 62세가 되는 장거리 트럭운전사 폴 파롬보도 ‘은퇴의 꿈’을 접은지 오래다.
그의 당초 계획은 55세에 은퇴하는 것이었다. 준비도 나름대로 철저히 했다. 82년부터 직장은퇴연금플랜인 401(k)에 가입하고, 적립금을 개인은퇴구좌로 옮겨 25만달러의 노후자금까지 마련했었다. 그러나 90년대의 경기활황에 자극받아 욕심을 낸 것이 화근이었다.
펄펄 끓는 증시에 투자해 노후자금을 키우려다 그만 망쪼가 들고 만 것. 기업비리가 터져 나오고 증권시장이 급랭하면서 파롬보는 올들어 벌써 5만 달러를 까먹었다. 현재 손에 쥐고 있는 수천주의 뮤추얼 펀드를 시세대로 처분할 경우 곧바로 빈털터리가 될 판이다. 지금 그의 희망은 감원의 도끼날을 피해 가능한 한 오래 일터에 남는 것이다. "노후를 안락하게 보내려면 최소한 137세까지 일해야 한다"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젊은 근로자들의 경우 노후자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꽤 있는 편이지만 마음 한켠에 차곡차곡 서리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두 자녀를 둔 전업주부 크리스틴 비에라(32)는 2~3년내 직장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남편이 목수 일과 창고감독으로 그럭저럭 생계를 꾸려가고 있긴 하나 은퇴 연금이 전무하니 미리 몫돈을 챙겨두어야 한다. 남편이 은퇴할 때까지 소셜시큐리티연금제가 온전히 버텨줄지도 의문이다. 2030년에는 소셜시큐리티기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파롬보나 크리스틴의 사례는 결코 극단적인 본보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 특히 40세 이상의 근로자들은 날개없이 추락하는 주가, 공중분해된 직장과 함께 흔적도 없이 날아 가버리는 401(k)연금, 재원고갈 위협에 시달리는 소셜시큐리티 연금제도를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강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춤추는 증시로 대변되는 불안한 경제상황과 민간기업의 변모된 연금제도, 흔들리는 ‘사회계약’이 한데 어우러져 근로자들의 노후를 위협하고 있다.
USA투데이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6%는 주가폭락으로 인해 은퇴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노후자금 확보수단으로 주식투자가 지니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또한 ‘종업원 베니핏연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은퇴자의 44%가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주된 수입원으로 꼽고 있다.
’사회계약’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위험천만한 일이다. 401(k)를 믿기도 힘들다. 2000년말 현재 401(k) 전체 가입자의 평균 밸런스는 4만9,024달러고, 그나마 1만달러의 밸런스조차 갖지 못한 가입자가 44%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의 꿈을 키우는 것은 그야말로 무모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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