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개봉된 영화 ‘사인즈’(Signs)는 주인공으로 출연한 멜 깁슨이 자신의 농장에서 농작물이 깎여 생긴 대형 원형 기호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새 블락버스터 영화의 소재로 등장한 원형 기호는 1980년대 영국의 농장 밭에서 하룻밤 사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이래 지금까지 세계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외계인들의 작품으로 믿었고, 다른 이들은 기이한 기후 현상이나 군사훈련의 결과로 믿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같은 현상이 고대 유적물 스톤헨지 인근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점을 들어 스톤헨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 연구가는 이들 원형 자취가 고대 유적지들을 가로지르는 지구의 에너지선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급기야 1인당 2,000달러에 원형 자취를 구경하는 관광상품이 등장했고, 이같은 현상을 다룬 책과 영화, 잡지, 심지어 맥주상표까지 등장하면서 불가해한 ‘사인’은 팝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1991년 원형 자취가 자신들의 ‘장난’이었다며 2명이 당국에 ‘자수’했다. 덕 바워와 데이브 콜리는 1978년 어느 날 밤 심심풀이로 농장에 가서 6피트짜리 널빤지와 줄로 농작물들을 짓밟아보았다. 갈수록 더 크고 복잡한 모양을 시도했다는 바워는 "하룻밤에 200마일 이상 여행하기도 했다"며 "모두가 자고 있을 때 광대한 평야에서 단둘이 장난치는 것은 황홀한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바워에 따르면, 1986년부터 모방자들이 등장하기 시작, 90년대 중반까지 미국 등 세계 각 곳에서 등장한 원형 자취가 수백가지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미 10년 이상 원형 구조를 연구하는데 전념한 사람들은 이들의 자백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런던 실업가인 마이클 글릭먼은 "장난꾸러기들의 소행이라면 이들은 기하학과 스케치, 균형감각에 탁월하고 한번도 들긴 적이 없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이 있으며, 발자취를 남긴 적도 없으므로 땅 위로 떠다닐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많은 원형 신봉자들의 입장을 나타냈다.
한 때 원형 자취가 천사 및 외계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믿었던 미국인 피터 소렌슨은 "이들 대부분이 ‘사람들의 작품’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같은 견해를 밝히자 원형 커뮤니티가 심한 인신공격을 가했다"고 털어놓았다.
20년 이상 원형 현상을 연구, 세계적인 전문가로 인정받는 전자공학자 콜린 앤드류스는 전체의 80%가 사람들의 작품이지만 20%는 농작물이 훼손되지 않고 땅에 눌린 채 계속 자라고 있는 점, 발자취 등 사람의 흔적이 없다는 점 등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새 영화 ‘사인즈’는 이들 원형 구조가 외계인 문명의 지구침공 플랜이라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원형구조의 정체가 무엇인지 속 시원히 말할 수는 없으나 이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매료되는 인간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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