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에게는 좀 생소한 말인 ‘빈티지’는 고가구 개념을 의류에 적용해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구닥다리 라고 해서 모두 빈티지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귀엽고 아름다우면서도 가치가 느껴지는 것이라야 합니다.”
소텔에서 빈티지 의류 전문점 ‘블랙 마켓’(Black Market)을 운영하는 이지숙(32)·테라 박(38)씨는 “미국인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물건이 빈티지인데 우리는 하이 패션 빈티지와 캐주얼 빈티지중 캐주얼을 취급한다”고 소개한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이씨와 박씨는 미술사를 전공한 뒤 광주 비에날레에서 일했던 경험과 소텔 근처에 오래 산 인테리어를 전공한 배경을 살려 작년 12월 이 가게를 열었다. 이씨는 “남편이 빈티지 의류를 일본에 수출하는 도매업자라는 점이 계기가 됐다”며 “하지만 상대하는 마켓이 달라서 남편에게서 받아오는 의류는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안목이 두드러지는 의류가 가득한 이 가게를 더욱 튀게 만드는 것은 실험정신이 강한 예술가들을 초청해 매달 여는 전시회. 토요일 밤에 리셉션을 하는데 이 때는 술이 무료 제공되고 라이브 뮤직도 연주된다. 그래서인지 초청장을 받은 고정고객들은 물론 호기심에 들어온 행인들도 들어와 스스럼 없이 어우러진다.
이 때는 예술가가 재창작한 업소내 의류도 팔고 모든 물건을 20% 할인해 준다. 한 마디로 신명나는 잔치판이다. 파격적인 것은 전시공간이 쇼윈도와 업소내 화장실이라는 점. 예술이라는 것이 꼭 갤러이에서 감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신념에서 비롯된 일이다.
전시회를 여는 이유를 “들어가는 돈이 더 많지만 재미있어서”라고 밝히는 이씨와 박씨에게서 일과 놀이를 분리시키지 않는 새 경영 마인드를 읽을 수 있다.
이런 독특함 때문인지 이들은 불과 8개월여만에 250여명의 고정고객들을 확보했으며, 업소내에서 펩시콜라 광고를 찍기도 했다.
“옷을 무게로 달아 사오는 멜로즈가의 빈티지 업소들과는 달리 우리는 한 벌씩 골라서 딜러로부터 구입한다”는 이들은 영업 성적표를 묻는 질문에 “개업한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첫 달부터 손해는 안 봤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이 업소는 옛것의 소중함을 잘 아는 일본인들에 의해 여러 차례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가방, 벨트, 액세서리, 스누피 아이템 등도 소량 취급하며, 고객의 75%가량은 젊은 백인들, 나머지는 대부분 일본계와 중국계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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