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는 ‘퓨전’(Fusion) 거리다. LA 한인타운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ABC를 배우는 노인학교 옆에 PC방이 성업중인가 하면 돋보기 쓴 재단사가 재봉기계를 돌리는 앞으로 배꼽티를 입은 발랄한 10대가 거리를 활보한다. 구수한 부대찌개로 배를 채운 뒤 분위기 있는 카페에 앉아 마시는 에스프레소 한잔은 6가만이 갖고있는 ‘언밸런스’의 즐거움이다. 낮 시간엔 ‘먹자골목’을 찾아온 넥타이족들로 붐비다가도 밤이 내리면 생동하는 젊음으로 샤핑센터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40여 업종, 250여개에 이르는 다양한 업소들이 균형을 이루며 독특한 상권을 형성한 6가는 더 이상 ‘윌셔가의 부속품’이 아니라 미래의 한인타운을 이끌어갈 심장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지난 7월 930만달러를 투자해 6가의 랜드마크(Landmark)인 채프만 플라자를 하기환씨와 함께 사들인 김진수 한남체인 사장은 10년 뒤 6가의 모습을 샌타모니카 프로머네이드(Promanade)나 패사디나 올드타운 거리에 비교한다. 소비자들이 마음놓고 걸어다니며 안전하게 먹고, 즐길 수 있는 거리가 한인타운 안에 6가 말고는 없다는 것이다.

그같은 확신이 있었기에 거액투자가 가능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한인타운 어느 곳에 이렇게 다양한 업소들이 밀집돼 있는가. 6가는 한인타운을 대표하는 샤핑의 거리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인들이 6가에 상권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 불과 10년 남짓한 시간이지만 윌셔가 고층빌딩을 병풍 삼아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는 건물에 한인들이 둥지를 틀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특히 이 기간 6가에 대한 한인들의 부동산 투자도 급격히 늘어나 버몬트 애비뉴와 윌튼 플레이스 사이에 위치한 부동산의 40% 정도를 한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본보가 버몬트 애비뉴와 윌튼 플레이스 사이 6가 선상에 있는 부동산의 소유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인들은 56개 조사대상 부동산 가운데 41.1%인 최소 23개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 가치는 LA카운티에 등기돼 있는 최종 매매가 또는 과세 평가액을 기준으로 산정 할 때 6,009만3,5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한인소유 부동산 가치는 현 시세를 감안할 경우 7,000만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한인소유 부동산 가운데 500만달러 이상 나가는 ‘메가 부동산’은 채프만 플라자, 베스트 웨스턴인, LA메디칼센터 등 세 군데며, 현 시세를 따질 경우 또 다른 3개 정도가 이들 그룹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100만달러 이하 부동산은 6개뿐이고 100만달러∼500만달러는 12개였다.

용도별로 분류할 경우 주거용은 1개인 데 비해 상업용 14개, 사무용 4개, 병원 2개, 호텔 2개로 비 거주용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한인소유 부동산이 밀집된 곳은 카탈리나 스트릿과 호바트 스트릿 사이다.

‘웨스턴부동산’제임스 안 사장은 "80년대 중반만 해도 ‘나이트클럽 거리’ 정도로만 인식됐던 6가는 1992년께 채프만 플라자를 한인이 인수하면서 한인상권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며 "전체적인 모양새는 버몬트와 웨스턴에서 놀만디 방향으로 좁혀가고 있는 형상"이라고 말했다.


<하천식 기자> cshah@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