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하게 생긴데다 외국어로만 말한다’는 이유로 극장에서 쫓겨난 아프간 아메리칸 대학생들이 오렌지시에 소재한 AMC 극장에 소송을 제기했다.
칼스테이트 풀러튼에 재학중인 모하메드 사예드(21)와 오마르 사시아(21)는 LA 연방지법에 소장을 제출한 후 지난 주말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5월4일 다른 친구 두명과 함께 이 극장에 입장했다가 경비원과 직원, 여러 명의 오렌지시 경찰관들에 의해 강제로 내몰렸던 사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평생 처음 겪는 수모를 당하고 그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며 소송 동기를 설명하고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눈초리와 비웃음속에 마치 중범죄인처럼 취급당했다"고 치를 떨었다.
소수계 민권단체인 ACLU 남가주지부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온 이들에 따르면 그들을 포함한 4명의 아프간계 대학생들은 모국어인 ‘파시토’로 얘기하며 이날 11시30분 쇼를 보기 위해 AMC 극장에 들어갔다.
그들을 노려보던 경비원(컬버시티 소재 토탈리 시큐어드 회사 소속) 한명이 극장 직원 한명과 이들에게 다가와 "극장표를 보자"고 했다. 일행 중 한명이 "왜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달란 말 안 하느냐?"고 반문하자 경비원은 "나가라"고 소리쳤고 "지배인을 만나야겠다"는 이들의 요청도 묵살했다.
경비원은 그들을 쫓아내는 이유로 "수상하게 생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지껄여댔다"는 것을 꼽았고 수명의 경찰관을 불러 이들을 극장 밖으로 내몰았다. 경찰관들조차 억울함을 항의하려는 이들에게 "왜 이리 귀찮게 소란을 떠느냐, 제발 우리 구역에서 꺼져라!"며 "다시 돌아오면 체포해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모하메드와 오마르는 궁리 끝에 ACLU 사무실에서 개설해 놓은 핫라인을 통해 "억울하다"며 극장에서 당한 사연을 털어놨다. ACLU는 9.11 테러 이후 전국적으로 급증했던 아랍계에 대한 증오범죄의 피해자를 위해 핫라인을 개설한 바 있다.
ACLU는 이번 사건을 아랍계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행위로 규정하고 이들은 "사소한 것 같지만 크나큰 인종차별 범죄행위이며 이를 간과할 경우 수많은 소수계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이다.
ACLU 관계자에 따르면 인종차별이나 증오범죄의 타겟이 되었다는 신고는 현재까지 수백건에 달하지만 ACLU는 그중 5명의 승객(이중 2명은 아랍계)의 탑승을 부당하게 거부했던 4개 항공사를 제소했을 뿐이며 이번 케이스가 두 번째 소송이다.
<이정인 기자>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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