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주의 이미지 풍긴다’비판론자들 지적‘조국 안보 원치 않는 사람 있느냐’옹호도
식자들 사이에 때아닌 ‘작명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에 시비거리를 제공한 ‘이름’은 조국안보부(Homeland Security Department). 식자들은 조국안보부라는 기관명이 전체주의적인 냄새를 풀풀 풍긴다며 ‘작명가’의 ‘식견’과 ‘언어감각’에 조롱을 퍼부었다.
조국안보부는 22개 안보관련 기관의 기능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 새로운 각료급 ‘예비’ 부처로 현재 의회가 신설안을 심의중이다. 아직 정식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 부처의 모태는 부시 대통령이 작명한 것으로 알려진 조국안보국.
탐 리지 국장이 이끄는 조국안보국은 사실 출범 초부터 이름이 너무 딱딱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달고 다녔다.
미국인들은 좀처럼 조국(homeland)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이민자들에 의해 건설된 나라에서 ‘조국’은 헷갈리는 단어다. 거기에 안보국이라는 다소 살벌한 단어가 덧붙여지면서 전체주의적 냄새를 풍기는 국적불명의 이름이 되어버렸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나치 독일의 냄새가 난다는 것. 컬럼비아 대학의 문화·사회학 교수 토드 지틀린은 이 단어가 나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외래어의 냄새가 풍긴다면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귀에 거슬리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와 대중문화에 관한 저술가 레슬리 세이번은 `조국’이란 단어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바로 그같은 이유 때문에 전체주의 정부들이 즐겨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물론 이 이름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많다.
뉴욕의 광고회사 디마시모 브랜드 애드버타이징사 사장 마크 디마시모는 “조국의 안보를 원치 않는 사람도 있느냐”며 이름을 논란거리로 삼은 호사가들을 비난했고, 델라웨어주의 광고회사 디 노보사 회장 윌리엄 키넌은 “홈랜드란 단어가 가족을 보호하고 조국 전선을 지킨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스워트모어 대학의 언어학 교수 도너 조 나폴리는 부시 정부가 테러로 동요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포근하게 들릴만한 단어를 물색한 끝에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뉴욕시립대학의 정치심리학자 스탠리 렌션은 처음 듣기에 어색해도 쓰다보면 차차 익숙해질 것이라며 “이 단어는 우리 모두 한 배에 타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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