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1차적으로 주어진 숙제는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는 일이다. ‘사흘 굶은 장사 없다’고 배가 고파 당장 움직일 기운조차 없는 사람보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우선 배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배가 부른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식색과 같은 동물적 욕망이외에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선진국처럼 먹고사는 문제가 일단 해결된 곳에서는 명예욕이 인간 행동의 중요한 동인으로 떠오르게 된다.
최근 들어 한인 사회에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현상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벤츠, 렉서스 등 고급 차를 타는 사람들이 월등히 많아졌다는 점이다. 수년 전까지 만도 ‘돈 많은 사람들이나 타던 차’라는 인상이 박혀 있던 고급 차들을 평범한 직장인에서 가정 주부까지 너도나도 타고 다니고 있다. 차의 성능이 우수해서 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나도 이런 고급차를 탈 능력이 있는 사람’이란 점을 과시하고자 하는 면이 더 큰 것 같다.
또 하나는 단체 회장 수가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온갖 단체가 많이 생긴 탓도 있지만 좀 큰 단체는 물론이고 별 볼 일 없는 단체까지 여러 명의 회장을 두는 것이 관례화 되고 있다. 이민 100주년 사업을 목표로 조직된 한 단체는 명예회장, 공동회장, 대표회장 등 회장이 4명에 부회장이 4명, 위원장이 10명이나 된다.
또 한 정치인 후원회도 처음에는 회장이 한 명이었다가 야금야금 불어나 이제는 3명으로 늘었다. 이 단체를 흉내내 생긴 유사 모임도 명예 회장 하나, 공동 회장 둘, 공동 부회장이 둘이다. 아예 회원은 찾아보기 어렵고 회장 하나에 부회장만 12명인 단체도 있다. 새 정치를 하겠다는 명분으로 단체를 만들고 회비를 거뒀지만 그 후 회장 취임식말고는 한 게 없다는 것이 한 관계자 이야기다. 정작 일을 할 회원은 없이 ‘장’만 많은 단체가 제대로 운영될 리 없다.
명예욕은 잘만 쓰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인간이 이룬 정치적 기술적 학문적 예술적 업적 중 상당 부분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명함 뒤에 ‘장’자 하나 붙이고 고급차 타고 다니는 것만 가지고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유치한 발상이다. 고대 그리스의 한 철학자는 인간의 영혼이 동물적 욕망과 명예욕, 이성의 3가지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고 보고 이성이 육욕과 명예욕을 통제하는 상태를 인간이 추구해야 할 이상으로 삼았다. 이성이 육욕과 명예욕을 통제하는 한인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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