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최고 25년~종신형
제자가족들 법정문 밖차며 분노
검찰 또 다른 혐의 기소
어린이 납치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관계를 가진 범죄인에게는 미국 법의 심판은 냉혹하기 그지없다.
지난 봄 15세 미성년 제자 리처드 페나와 납치로 간주되는 사랑의 도피행각을 하고 라스베가스의 한 호텔에서 4일간 머물면서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체포되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33세 여교사 태냐 조앤 헤든에게는 그래서 검찰의 공언대로 25년에서 최고 종신형까지의 중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그같은 예상을 깨고 클라크 카운티 지방법원의 판사 조셉 보나벤처는 19일 태냐(전 샌버나디노 카혼고교 교사)에게 집행유예 및 보호관찰형이라는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지난 4월 19개 혐의로 네바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 후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2급 납치 등의 3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바 있는 태냐에게 보나벤처 판사는 “중형을 내릴 만한 큰 범죄를 저질렀으나 첫 시도가 악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모범적 수형생활을 하는 등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며 징역 13년형을 집행 유예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형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판사는 검찰측의 강경한 입장과 한편으로는 태냐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정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여론 사이에서 많이 고민을 한 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미 140일간 구금됐었던 태냐는 수일 내로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판결이 내려지자 리차드 페나(15)의 어머니 아이다 페나와 누나 록산 페나 등은 “어이없는 판결”이라며 경악과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들은 법정 문을 박차고 나가면서 “그녀는 제자와 잠적한 4일 동안 오빠에게 전화하여 개에게 밥을 주라고 당부하면서도 아들의 생사여부 때문에 초죽음이 된 우리측에는 전화 한번 안한 잔인한 인간이었다”고 소리쳤다.
가벼운 형을 받아 태냐가 네바다주 감옥에서는 풀려난다 해도 완전 무사한 것은 아니다. 그녀와 리처드 페나의 주소지인 샌버나디노에서도 여러 가지 혐의로 기소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 샌버나디노 검찰은 적어도 수년간은 태냐를 세상과 격리시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집행유예에 보호관찰형을 내린 보나벤처 판사도 여러 조건을 달아놨다. 평생 교직을 갖지 못하게 하고 야간통행도 규제하며 또 남자아이가 있는 남성과의 데이트도 금지시켰다. 그는 아울러 “신성한 교직을 배반한 범죄자로서의 주홍글씨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성범죄 전과자로 주소지를 등록해서 주위의 눈총과 감시망 속에서 살게 됐다.
푸른 죄수복에 허리와 손에 쇠사슬과 수갑을 찬 채 초췌한 얼굴로 재판정에 나온 태냐는 최후진술 기회를 얻어 리처드 페나의 가족들과 그녀가 인기 수학교사로 재직했었던 카혼고교측, 또 그녀의 제자들에게 여러 번 사과의 말을 전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수감된 이후 20파운드나 살이 빠진 그녀는 이날 “리처드는 전혀 책임이 없다. 모든 것이 다 어른인 나의 책임”이라며 “죄과는 두고두고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냐는 카혼고교 재직 2년째인 지난해 사이언스 클래스 모범생 리처드를 만났다. 여러 번 집까지 차를 태워주고 맥도널드에서 펑크 록 음악등 공통 화제를 나누며 친해졌다.
경찰은 지난 4월 태냐가 리처드와 다른 미성년 학생들의 파티에 술을 사서 날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고 그에 놀란 리처드가 “엄격한 부모가 너무 무섭다. 어딘가 데려다 달라”고 했다. 네바다주까지 간 태냐는 “이럴 게 아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고 리처드를 타일렀지만 그는 오히려 “그냥 달아나자”고 애원했다는 것. 그런 후 4일 뒤 그들은 라스베가스의 허름한 호텔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이정인 기자>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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