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캔사스시티 칩스 러닝백 프리스트 홈즈는 ‘투명인간’이다. 귀신 같이 상대팀의 수비를 뚫고 나가기도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알아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언제 지나갔지?”하며 고개를 떨구다가도 NFL 최고 러닝백을 꼽으라면 세인트루이스 램스의 마샬 포크나 마이애미 돌핀스의 릭키 윌리엄스의 이름이 먼저 튀어나온다. 홈즈의 인생 스토리는 항상 이러 했다.
지난해 리그 최다 1,555야드를 기록한 NFL 러싱 챔피언은 포크도 윌리엄스도 아니었다. NFL 구단들이 5년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홈즈였다. 드래프트에서 뽑히지도 안았던 무명 러닝백이 러싱 챔피언에 오른 것은 NFL 역사상 처음이었다.
홈즈의 올해 기록도 발군이다. 홈즈는 올 시즌 첫 4경기에서 438야드를 뜯어냈는데 NFL에는 현재 팀의 러닝백을 몽땅 합쳐도 438야드를 전진하지 못한 팀들이 19개나 된다. 터치다운도 마찬가지로 홈즈가 올해 엔드존에 이미 7차례 침투한 반면 무려 26개 구단의 러싱 터치다운 토탈이 그 미만이다. 홈즈는 지난해 칩스로 이적한 뒤 토탈 20경기에 출장, 게임당 99.7 러싱야드를 기록하고 있다. NFL 기록(50경기 이상 출장)이 짐 브라운의 게임당 104.3야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가 없다.
홈즈가 “안 보이는 이유” 중에 하나는 175cm에 불과한 신장. 그러나 최근 들어 갑자기 실력발휘를 하고 있는 선수는 아니다. 홈즈는 화려한 하이스쿨 커리어를 끝내고 텍사스대에 입학했는데 3학년 때 왼쪽 무릎을 다친 틈을 타 텍사스대 역대 최고 러닝백으로 거론되는 후배 릭키 윌리엄스의 시대가 열려 빛을 볼 수가 없었다. 따라서 홈즈는 지난 97년 NFL 드래프트에서 뽑히지도 못해 트라이아웃을 거쳐 감지덕지 미니멈 연봉만 받고 볼티모어 레이븐스에 입단해야 했다.
홈즈는 바로 그 다음해인 98년 시즌 1,000야드 고지를 돌파하며 NFL스카웃들이 머리를 긁게 만들었다. 그러나 레이븐스는 그의 실력을 인정하기는커녕 신인 드래프트에서 덩치가 더 큰 러닝백(자말 루이스)을 뽑은 뒤 홈즈를 백업으로 돌렸다.
다른 선수들 같으면 ‘트레이드’를 외치며 태업에 들어갔겠지만 홈즈는 입을 꾹 다물고 프리에이전트가 되기만 기다렸다가 지난해 딕 버밀 감독이 신임 감독으로 취임한 캔사스시티 칩스에 입단, 마침내 성공시대를 열었다.
홈즈는 스팟라이트를 안 받아도 좋단다. 아들의 농구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광고계약을 거절한 적도 있고, 작년 커리어 처음으로 올프로팀에 뽑혔을 때는 이를 동료들의 공으로 돌리며 주머니를 털어 팀메이트 부부 전부를 올프로 경기가 열리는 하와이로 초대한 바 있다.
<이규태 기자> 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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