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피해자다’
워싱턴 DC가 코앞인 훨스 처치에서도 저격 희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워싱턴 지역 주민들은 너나 없이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고 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큰 불편을 겪어 모두가 저격 사건의 실질적 피해자가 되고 있다.
훨스 처치 세븐 코너스에서 또다시 저격 살인사건이 난 13일 밤 북버지니아 주민들은 교통 통제로 새벽까지 귀가하지 못하는 등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즉각 395 고속도로 남쪽 방향을 엣설 로드에서 막고 벨트웨이(495)는 우드로 윌슨 브리지에서 차단했다. 또 66번 고속도로를 너틀리 스트리트 진입로 앞에서 막아 지나는 차량을 한 대 한 대 검문했다. 뿐만 아니라 사건 현장과 연결된 주요도로를 곳곳에서 차단, 검문 검색을 벌였다.
이 때문에 이날 저녁 외출했던 지역 주민들은 심한 경우 새벽 2, 3시까지 길에 갇혀 귀가하지 못하기도 했다.
또 자녀를 학교 버스 정류장에 세워 두기 불안한 학부모들이 승용차에 아이를 태운 채 버스 시간을 기다리느라 곳곳에 주차 행렬이 늘어서 있는 판이다.
특히 북 버지니아 주민들은 멀리 남쪽 스팟실베니아에서 범행이 일어났을 때까지만 해도 불안하기는 하나 일상생활을 크게 염려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훨스 처치 사건 후 정상적인 출퇴근을 재고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또 차에 개스 넣는 일상적인 생활이 가장 겁나는 일이 됐다.
이번 사건은 특히 지난해 9월11일의 테러와 아직도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탄저균 테러로 이미 공포를 경험한 이 지역 주민들이 제2 테러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해 더욱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거나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고, 잔디를 깎는 등 평범한 행위를 하던 사람들이 연쇄 살인범의 표적이 되고 평소 자신도 다니는 잘 아는 가게 앞에서 희생자가 총에 맞아 죽어 나가자 주민들은 집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삼가는 분위기다.
13세의 어린 중학생까지 피격돼 중상을 입은 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고 학교에서도 `코드 블루(code blue)’ 경계상태를 유지하면서 아이들을 운동장에 내보내지 않는다. 축구대회 등 옥외 행사들도 대부분 취소됐다.
붐비는 곳은 지난 2일부터 3일 사이에 5명이 숨져 이번 사건 수사를 주도하게 된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서 앞뿐이다. 이곳에는 외국 언론까지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심리학자들은 범인이 주민들의 이같은 공포를 보면서 즐기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에모리대학 심리학 교수인 바버라 로젠바움은 ‘사람들의 공포를 갖고 노는 것이 이 스릴의 한 부분’이라면서 ‘이 사건은 사람들이 자기 생활을 보는 방법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무엇을 피해야 하는 지 누구를 피해야 하는 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과 제어불능성 등 두가지 요소에 의해 공포가 유발된다고 말한다. 이 두가지 요소들은 위협의 급박성과 결합해 고도의 공포를 유발한다.
노스이스턴 대학의 범죄학 교수인 제임스 앨런 폭스는 특정 개인이나 그룹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연쇄 살인과는 달리 이번 사건은 워싱턴 지역에 공포를 발생시키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범인이 사건에 대한 언론과 경찰, 주민의 엄청난 반향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이 사건이 계속될 수록 더욱 자만하고 거드름을 피우게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그럴 경우 결국 흔적을 드러내게 되리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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