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 계획 시인으로 한반도와 국제 기류는 핵 폭풍에 휩싸였다. 북한 외무성 제1부장 강석주는 10월 4일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제임스 켈리와의 회담 중 그 전날의 강력한 부인을 뒤집고 핵개발을 시인하고 “우리는 (핵보다) 더 강력한 것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이 말에 켈리 차관보가 충격을 받은 듯 하자 그는 이어 “당신네 대통령은 우리를 악의 축 국가로 규정하고, 당신네 군대를 남한에 주둔시키고 있소. 우리는 물론 핵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소"라고 덧붙였다는 보도이다. 종전의 플루토늄 방식이 아닌 농축 우라늄을 쓰는 한 단계 높은 핵개발 계획이며, 이미 탄두용 우라늄탄은 개발했을 것이라는 소식도 무척 위협적이다. 미국 측은 ‘더 강력한 것’은 생화학 등의 다른 대량살상무기(WMD)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핵개발을 계속 부인하던 북한이 인정하는 것으로 급선회한 것은 어떤 의도일까 하는 추측들도 무성하다.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외나무 다리 외교, 혹은 벼랑끝 외교 방식을 쓰기를 주저하지 않아 왔던 북한이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쓴 것 같다. 미국이 작년 여름부터 포착한 여러 물증을 제시하자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된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하기 위한 빅 아이템으로 핵 개발과 대량살상무기 보유 인정이란 카드를 내 놓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북한은 스스로 1994년의 북미 제네바 합의는 무효화된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언뜻 보기에는, 밖으로 교류협력, 철도 연결 사업, 아시아 경기 대회 출전 등 평화·화해 정책을 펴는 듯하면서 안으로는 핵 계획을 계속 추진해온 북한의 속임수와 약속 위반이 놀랍고 이해할 수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협력’이란 것들이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이 막대한 금액과 원조를 제공한 데 대한 미미한 성과에 불과하고, 북한의 체제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사실 놀라울 것이 하나도 없다.
“바로 얼마 전에 아시아 경기도 함께 했는데, 이럴 수가..."라며 경악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한국인들의 반응이 오히려 놀랍다. 사실 아시아 게임 북한 여성 응원단 중 가장 출중한 미녀에 대해 한국인들이 열광하고 그녀를 위한 인터넷 팬클럽이 생기자마자 이틀이 못 돼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입했다는 보도를 보고, 참 한국인들이 순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순진함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뜻에 가까운 영어의 ‘나이브’란 표현에 맞는 것이다.
결국 한국 정부와 압력을 받은 기업이 퍼 준 막대한 금액의 돈으로 우라늄 농축로에 ‘불을 때서’ 북한은 핵 개발을 진행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햇볕이 얼음을 녹이기는커녕 핵의 겨울(n
uclear winter)을 한반도에 몰고 오는 데 기여한 것인지 모른다.
이런 핵폭풍에 얻어맞고서도 한국 정부는 시원하게 비난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매우 미온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시안 게임 전인 켈리 특사 귀국 직후에 이미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시인을 통고 받고서도 쉬쉬해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또한 이 일의 중대함 때문에 미국 측에서는 백악관 대변인이 직접 발표를 한 데 비해, 한국 측은 고작 외교부 차관보가 발표를 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북한측은 벼랑 끝에 선 자의 마지막 카드로 핵 계획을 시인했고, 아직도 평정이 요원한 아프간의 사정, 계속되는 테러와의 싸움과 이락과의 한바탕 전쟁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이 북한을 뭐 어쩌랴 하는 계산을 하는 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것은 큰 착각이라고 본다.
이번 시인은 대량살상무기에 있어 북한이 오히려 이락을 앞섰다는 것을 미국과 전 세계에 확인시켜 준 것이고,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겠다고 했지만 미국이 대북 강경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핵 동결을 전제로 했던 미국의 중유 공급과 경수로 건설 등의 지원은 전면 재검토 될 것이다.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 때문에 캄캄한 밤의 나라 북한 주민의 삶은 오래토록 어두울 것이다. 겨우 시작된 일본과의 관계 회복 노력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한국 정부는 북한보다 더 큰 착각을 하고 있고, ‘햇볕’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며, 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등 여론을 무시하고 국민을 계속 우롱하고 있다. 한 대기자의 말을 빌면 “북한은 김대중 대통령을 실컷 가지고 놀았다” 이러니, 지금부터라도 한국 정부는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뇌물 공세에 다름 아닌 햇볕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애팔래치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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