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본보 오피니언란에는 11월5일 선거 특별대담이 나갔다. 이번 선거에서 캘리포니아의 최대 관심은 ‘누가 차기 주지사가 되느냐’인 만큼 양당 주지사 선거운동에 관여하는 한인 대표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기로 했다. 공화당의 빌 사이먼후보 진영에서는 아시안 담당 캠페인 매니저인 영 김씨, 그레이 데이비스 현 주지사의 민주당을 대표해서는 앤 박 한미민주당 협회장을 선정했다.
그러자 한 동료가 말했다 - “그러고 보니 둘 다 여성이잖아!”
“요즘은 어딜 가나 여성들 세상이야. 특히 아시안들 중에서는 주류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싶으면 대개 여성이야. 아시안 남성들은 있는 듯 없는 듯 한데 말이야”- 다른 동료의 설명이다.
한인 커뮤니티를 보아도 1세 단체 모임에는 여전히 남성 일색이지만 2세들 모임에 가보면 여성들이 주도적이어서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한미 민주당협회의 경우 회장을 비롯해 임원 7명중 5명이 여성이고, 한미 공화당협회는 현재 회장은 남성이지만 전 회장이 여성이었고 실무를 맡는 5개 소위원회 위원장중 4명이 여성이다.
대상을 아시안 커뮤니티로 확대해 보면 ‘여성 약진’현상은 더욱 분명하다. 캘리포니아주하원의원 중 아시안은 4명인데 조지 나카노의원 한명만 남성이고 윌마 챈, 주디 추, 캐롤 류등 3명 모두가 여성이다. 정계 진출의 초입인 교육위원, 시의원 중에서도 아시안계는 여성이 남성보다 단연 많다.
대중의 눈에 잘 띄는 TV 앵커를 예로 들면 간판급 아시안으로 카니 정이 있고, 한인계로도 CNN의 소피아 최, ABC의 소냐 크로포드등이 활약하고 있지만 남성중에서는 앵커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아시안 남성들이 이공계나 의료계등의 분야에서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중적 호감을 바탕으로 하는 분야에서는 왠지 여성에 비해 활동이 미미하다.
20여년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근무했다는 미국인들을 만나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미국남성들이 아시안 여성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이 은연중에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콧대높은 미국 여성들과는 달리 나긋나긋한 순종성과 이국적 성적 매력이 아시안 여성에 씌워지는 전형적인 이미지였다.
한인 2세들을 비롯한 아시안 여성들의 활약상이 특히 반가운 것은 그들에 대한 전근대적 이미지가 바뀌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우수한 모범생, 사회 진출 후에는 능력있는 일꾼으로 노력해온 우리의 수많은 딸들의 삶이 아시안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지금 아시안 여성들에 대한 이미지는 180도 달라졌다. 전문직의 한 2세 여성은 말한다.
“똑똑하고, 실력있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 - 그런 것이 아시안 여성을 보는 주류사회의 시각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맡기면 똑 부러지게 잘 해낸다는 평가를 대개 받지요”
그래서 주류사회가 아시안 여성들에 대해서는 품을 여는 분위기인 반면 남성들에 대해서는 저항이 있다고 그는 분석한다.
“아시안 남성들이 대개 외모로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데다 사고방식은 너무 남성 중심적인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아시안 남성들이 명석하고 실력이 있으니까 라이벌로 경계하는 측면도 있지요. 반면 여성에 대해서는 그런 견제가 덜 하지요”
‘여성 약진’은 미국내 아시안 커뮤니티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대학의 경우 지난 1979년을 마지막으로 남학생은 더 이상 다수가 아니다. 여학생이 계속 늘어서 지금은 남학생이 44%로 소수이다. 어떻게 하면 남학생들을 더 입학시킬까가 많은 대학들의 고민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학 졸업식장에 가보면 단과대학별 수석 졸업자는 대개가 여학생이고, 지난해 외무고시, 행정고시 수석도 모두 여성이었다.
“요즘 남자애들은 도무지 뭘 진지하게 하려들질 않아”라는 것은 많은 부모들의 걱정이다. 얼마든지 뻗어나갈수 있는 좋은 세상을 맞은 딸, 매사를 대충 넘어가려 드는 아들 - 부모들 앞에 놓인 새로운 도전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