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장가를 갔다. 결혼을 한 것이 아니라 겨우 스무세살짜리가 장가를 가 버렸다. 사회인이 되어 직장에서 돌아오면 유별나게 좋아하는 한국반찬에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밥을 지어 기다려 보았던 꿈을 단 한번도 이루어보지 못한채 스무살짜리 철없는 미국아이에게 이십삼년 차곡 차곡 정성스레 모았던 보물 보따리를 주기 싫었지만 주고 말았다.
장가 가는날, 영원한 이별이나 닥친 듯 자꾸만 앞을 가리는 눈물, 그 원수 같은 눈물을 무찌르느라 내 무장한 이성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두껍게 포장한 내 미소가 한국의 울퉁불퉁 시골길 같았을 것이다.
미국 축하객들은 다행히도 한국의 시골길을 본적이 없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였겠지만....,내 딸은 바쁜 와중에 엄마의 어깨를 살짝살짝 두드려주기에 더욱 바빴다.
신부아버지와 신부의 댄스가 끝나고 신랑과 신랑어머니의 댄스 시간에 아들이 내 귀에 속삭였다. "인생에 단한번 뿐인 여인은 바로 엄마에요. 난 언제까지나 엄마의 아기 구요 사랑해요 엄마."라고.
목사님의 "The Mother is only women for a son"이라고 한 주례사 때의 한 구절을 되 내이면서 많은 축하객들이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서 애기 같은 표정을 짓고 내 어깨에 기대어 보는 몸짓을 하였다.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우리의 황홀한 춤은 끝났고 드디어 본격적인 웨딩파티가 시작되는 시끄러운 축하의 소리를 살짝 피하여 화장실로 달려갔다. 소리도 없이 흐르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이날을 대비하여 온갖 큰 소리를 다 치면서 준비했던 결심이 무색하여 거울에 비치는 나를 볼 수가 없었다.
축하하자 진심으로, 자식의 미래에 대한 행복과 불행을 미리 예측하지 말고 철부지 던 아니던 지금 행복해 하는 오늘의 주인공인 내 아들과 그의 신부를 축하 해 주자. 화장실 문 밖에서 나를 찾는 내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엄마.... 괜찮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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