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은 장기간에 걸쳐 전반적인 물가가 꾸준히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 기간은 수십년에 걸치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 경제는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주요 디플레를 경험했다. 1812년 전쟁 이후와 남북전쟁 이후(1866~1897년), 1차 세계대전 이후(1919~1935) 등으로 17~32년 동안 지속됐다. 현재 일본에서 계속되고 있는 디플레는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1~2년에 걸친 물가 하락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플레가 아니다.
디플레에는 ‘채무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Debt) 현상이 동반된다. 자산의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채권자는 페이먼트를 하기 위해 자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자산가치는 더 내려가 더 많은 자산 매각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디플레 때는 내일이면 더 싸게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 비즈니스 모두 지출을 줄이는데 이는 경제 성장의 둔화를 불러온다. 기업들은 노동비, 에너지 가격등의 상승을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 마진폭에 압박을 받게 되고 수익성이 떨어지고 자금회전의 위축을 경경한다. 또 금융기관의 크레딧도 하락하게 된다.
좋은 디플레, 나쁜 디플레
디플레에는 좋은 디플레와 나쁜 디플레가 있다. 생산성 향상과 경쟁 확대에서 비롯된 가격 하락은 좋은 것이다. 예를 들어 1700년대 미국에서는 미국 노동력의 95%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2%로 금감했다. 값싼 노동력에 이어 테크놀러지까지 갖춘 중국은 거대한 ‘세계의 공장’으로 세계적인 디플레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임금과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생산성 향상으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이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나쁜 디플레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테크놀러지 분야의 과잉 투자 및 생산시설 확대는 경비절감과 가격 하락을 불러왔다. 9.11 테러와 증권시장 폭락에 이어 소비자, 기업, 투자가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져 수요의 감소를 초래했다. 이익 감소에 따라 기업들은 직원 채용은 물론 픽업 트럭과 컴퓨터, 베어링에 이르는 물품의 구입을 꺼리게 되었다.
미 경제는 현재 좋은 디플레와 나쁜 디플레의 증상을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디플레가 계속될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의 53%, 소비자물가지수(CPI)의 59%를 차지하는 서비스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임금이 하락할 가능성도 매우 적다. 디플레가 시작된 후에도 금리가 계속 오르도록 허용하고 있는 일본 중앙은행과는 달리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상당기간 동안 자산 판매를 통한 자금마련의 용이성을 미 경제에 부여하고 있다.
디플레, 어떻게 대처할까
경제 버블을 조장하는 것은 전쟁에 대한 우려와 자본의 싼 가격이다. 대부분의 디플레는 버블의 결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일본과 닷컴의 버블 모두 자본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은 데서 비롯되었다.
자본의 가치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버블을 예방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모기지 금리가 앞으로도 장기간 이어진다면 주택시장의 버블이 언젠가는 터지게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미국 경제에서 갖는 비중을 감안할 때 그 경우 경제에 큰 악영향이 돌아올 것이다.
<웰스파고은행 수석경제학자>
www.dr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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