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살고 있는 캐스트로밸리(Castro Valley)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법적 자치화’ (incorporation) 되지 않은 타운 중 가장 큰 도시(city)이다.
주민수가 2만명이 넘는데도 시청이나 시의회, 그리고 시장이 없다. 모든 행정은 시가 속한 알라메다 카운티까지 가서 처리해야 한다.
캐스트로밸리는 50여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큰 양계장이 있었던 ‘치킨 팜’ 마을이었다. 인구가 1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시들도 대부분 자치화된 시티로 법적 구성을 갖추고 있는데도 캐스트로밸리 주민들은 과거의 시골마을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5일의 중간선거에 오른 ‘발의안 Q’는 캐스트로밸리에 시의회를 만드는 등 인코포레이션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반대가 72%라는 압도적인 표차이로 부결됐다. 주민들은 시청을 새로 만들면 연간 4백만달러 이상의 운영비가 들고, 이를 위해서 세금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미국인들은 ‘세금’이라는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민감하다.
사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한 것도 ‘세금’ 때문이었다.
’대영제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초기 미국 이주자들도 식민지에 대해 세금을 가혹하게 매기는 차별정책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영국정부는 1764년에는 전비 보충을 위해 ‘설탕법’을 만들었고, 1765년에는 ‘둔영법’을 제정, 식민지에 주둔하는 영국군의 주둔비까지 걷어갔다.
이처럼 가혹한 세금정책에 미국의 지식인들은 "우리의 대표가 없는 곳에는 과세권이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구호를 내걸고 세금 거부운동에 나섰다.
특히 세금부과의 권리는 본국에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사건으로 1973년 12월에 일어난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은 독립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일이었다.
당시 사무엘 아담스는 50명의 비밀결사를 만들어 보스턴항에 정박중인 동인도회사의 선박에서 342상자를 차를 탈취, 바다에 던져버렸다.
이 사건을 강경하게 진압하려던 영국군은 결국 식민군과의 독립전쟁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7일 현재까지 오클랜드에서 올들어 발생한 총격사건의 피해자는 무려 96명이 이른다.
이처럼 ‘살인도시’의 악명에 시달리는 오클랜드를 구하기 위해 제리 브라운 시장은 경찰관 100명을 증원하기 위한 ‘법안 FF’를 5일의 중간선거에 부쳤다.
이 법안은 52.7%가 찬성, 통과시키는데 성공했으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향후 5년간 100명의 경찰을 늘리려면 필연적으로 세금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법안 FF’라는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한 연료와도 같은 ‘주차세 인상안(GG)’과 ‘유틸리티 세금인상안(HH)’, 그리고 ‘호텔세 인상안(II)’과 같은 법안은 모두 부결됐다.
한마디로 "경찰은 늘리되 세금을 올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오클랜드 주민들의 뜻이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미국인들의 오랜 전통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끌어 가는 가장 강한 정신력임을 이번 투표에서도 여실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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