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오피코 도서관서 동화 읽어주는 조이 박씨

소박한 봉사의 기쁨 비할것 없죠
4명이 순번 돌아가며 ‘꼬마’ 돌보기
봉사는 받는 쪽 보다 주는 쪽이 더 신난다고 했다. 남과 나누어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신바람 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신문이나 TV에 나오지 않아도 되고 주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더 할 수 없이 좋은 것이 봉사의 묘미란다.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관장 미키 림)에는 숨은 봉사자들이 많다. 책도 정리하고 간혹 청소도 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또 어린이들 책을 읽어주며 방과후 도서관을 찾는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어른들의 지혜와 용기를 키워주는 봉사자들도 있다.
단아하게 자른 단발머리, 자그마한 키의 조이 박(한국명 정혜·57)씨는 피오피코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꿈을 키워주는 ‘이야기 할머니’로 통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2시간동안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날쌔고 힘센 호랑이 이야기도 들려주고 머리에 뿔이 달린 도깨비 옛날 이야기도 들려준다. 손짓 발짓, 어떤때는 벌떡 일어나 ‘어흥’ 호랑이 흉내를 내는 박씨 주변에는 4~5명의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초롱 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한없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윌셔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로도 일하는 박씨는 토요일이면 만사를 제처놓고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으로 달려온다. 코흘리개 꼬마부터 앞니가 훤히 빠진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모두 박씨의 꿈나무들이다. 2년여의 확장 공사로 도서관 문을 닫아 한동안은 이들 ‘꼬마’들을 보지 못해 아쉽기도 했단다.
피오피코도서관에는 박씨 이외에도 신정선, 김정옥, 우테 할머니등 3명이 더있다. 순번을 정해가며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토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2시간동안 어린이들의 이야기 동무가 되어 준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동화의 주인공 같다는 것. 지혜가 충만한 노년기의 이들은 모두 동화의 주인공 같이 맑고 다정한 느낌을 전해 준다. 그래서 인지 인터뷰를 신청하자 극구 반대했다. 잘하는 것도 없는데 무슨 신문이냐며 숨기에 바빴다.
윌셔 초등학교로 찾아가 도서관에서 만난 조이 박씨는 "아이들이 좋아서 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겨우 말문을 연 박씨는 "어린이들 동화 읽어주는 할머니들을 많이 모아 달라"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들이 좋아 아이들 속에 묻혀 살며 좋은 이야기 들려주고 아름다운 책 골라주는 박씨의 손길이 닿을 때 마다 어린이들은 꿈과 희망을 키워가며 미래의 동량으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박씨에 따르면 어린이 책읽어주는 할머니가 되려면 간단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물론 시험을 치루는 어려운 과정은 아니다. 시설 좋은 LA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부터 어린이들과 친해지는 방법등 맑고 깨끗한 동심의 세계를 어루만져주는 약간의 기술을 읽혀준다. 혹시 범죄 기록이 있지 않나 해서 FBI의 지문 감식도 의뢰한다. 당연히 할아버지 이야기꾼도 필요하다.
박씨는 "피오피코 도서관이 재 개관이후 이용 어린이들이 굉장히 늘었다"면서 "공부 많이 한 분들도 많은데 지역 사회 봉사라는 생각을 갖고 참여하는 한인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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