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방지 매그네틱 제거 반납
며칠후 슬그머니 집어와
잘 꾸며진 서재에 가득채워
5년간 공공도서관 출입 금지령도
‘85세 독서광의 빗나간 책 사랑’이 시미밸리와 사우전옥스의 여러 공립 도서관에서 지난 10년에 걸쳐 무려 3천500여권 책과 비디오테입, 오디오테입을 훔쳐내게 했다. 결과는 무단침입 절도중범죄로 기소된 데다 앞으로 최소한 5년 동안은 카운티내 전체 도서관 출입 및 사용특권 박탈이라는 처벌을 받게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어디로 보나 도둑 같은(?) 모습은 전혀 없는 어니스트 헤이네맨(시미밸리 거주). 지난해 12월 그의 집을 수색한 경찰은 잘 꾸며진 서재가 온통 사우전옥스와 시미밸리의 도서관 책들과 영화테입, 음악 CD 등으로 가득 찬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그 외에 도서관 자료가 들어있는 124개 박스가 집 뒤에 따로 지은 오피스 벽장에 높이 쌓여 있었다.
올해 1월 그는 자수했으며 9월의 인정신문을 통해 1건의 무단침입 절도중범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처음에는 “나는 훔치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밀던 그가 결국은 집에 있던 책이나 자료 중 3,000여개는 사우전옥스 도서관에서, 500여개는 시미밸리 도서관에서 각각 훔쳤음을 시인한 것.
검찰은 12일 밴추라카운티 수피리어 법원에서 열린 형량선고 재판에서 “피고에게 최소한 5년 동안 카운티 내 모든 공공도서관에 출입은 물론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처벌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책만 보면 수중에 집어넣고 싶어하는 헤이네맨에게 가장 가혹한 벌이라는 의미에서라는 것.
영화 스튜디오 직원으로 재직하다 은퇴한 그는 10년을 넘게 양 지역의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양 지역 도서관 사서나 직원, 또 이용자들은 점잖고, 항상 웃는, 그리고 독서 열기에 파묻혀 있는 ‘노신사’인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그는 10여년 동안 이들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이나 자료들을 빌려갔고 제 날짜 안에 정확하게 반납했다. 누구도 그가 총 2만6,000여달러 상당의 도서관 자료를 훔쳐낸 ‘대도’임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게다가 그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관계자나 주민들은 한결같이 “얼마나 책을 좋아하기에 그랬을까”라는 동정론이 대부분이다. “과도한 책 사랑에 이성을 상실한 것”이라고도 그를 옹호해 주기도 한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절도행각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의 절도행각은 어찌 보면 아주 지능적이다. 그리고 계획적이다. 먼저 목표물을 정하여 책을 빌려간다. 집에서 그는 도난방지용 띠를 제거한 후 다시 반납한다. 그런 후 사서가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아무 때나 가서 다시 집어오면 된다. 띠가 없으니 알람도 소용없는 무용지물이었다.
3,000여 아이템을 되찾게 된 사우전옥스의 도서관에서는 아직도 그가 마지막으로 빌려간 후 반납했던 책이나 테입 중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150여 아이템의 행방을 모르고 있다. <이정인 기자>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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