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는 젊은 한 쌍의 사랑을 보았다. 덩달아 좋았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이별을 보고 있다. 이 짙어 가는 가을에 써늘한 바람이 되어 흩어 지려한다. 내 가슴에서도 덩달아 찬바람이 분다. 꿈이 컸던 연인들 틈에 끼어 함께 부풀었던 행복은 바람 빠진 풍선이 되려하지만 새어나가는 바람을 탓하랴, 구멍난 바람을 탓하랴… 오직, 아름다웠던 일만 추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이별이 되었으면 하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한때의 사랑과 이별을 데코레이션(장식품)처럼 여긴다며 사랑은 허영과 사치에 불과한 것 외에 뭐 별 다른 것이겠나.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이별을 초월하여 영혼을 밝혀주는 촛불, 영원히 닳지 않고 꺼지지 않는 촛불,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이 연인들의 사랑이 진정이라면 이별은 그들 미래에 그들만의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리라 믿는다.
불교에서는, 과거의 원인이 현재의 결과가 되므로 전생의 원인이 현세의 결과이며 현세의 원인이 또한 후세까지, 인생은 끝없이 이어지는 윤회라고 가르친다. 모든 인연과 모든 일의 결과는 그 원인이 있기 마련,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은 전생의 어떤 인연이었기에 현세에서 그렇게 만났다가 또 미래의 어떤 형태의 인연을 두고 현세에서 이렇게 이별을 한단 말인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태연히 살래야 살 수 없는 것이 윤회의 세상인가. 이것도 저것도 운명, 운명이라 부르는 그 모든 것을 하얀 천으로 살짝 덮어두는, 윤회의 세상이나 하늘의 세상도 그 복잡한 기록장을 덮고 몇일 푸욱 쉬는 그런 안식 주간이 있다면 어떨까.
정말 세상엔 별일이 다 생길 것이다. 그럴 것이 아니라 개인마다에게 일생에 딱 한번만 주는 그런 기회가 있으면 어떨까. 가슴이 뛴다. 상상만 해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떠올려지지 않으면서도 가슴이 뛴다.나보다도 그 기회가 지금, 옷깃을 세우고 있는 이 연인들에게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과거의 원인이 무엇이던 간에 현재의 결과를 바꾸어놓고 미래의 결과까지 변화시켜놓은 수 있을 테지. 얄궂은 현실이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인데… 덩달아 쓸쓸한 나를 슬어주는 가을 바람도 덩달아 쌀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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