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고생이 될 때면 크리슈나무르티의 산문 <흐르는 강같은 삶>을 읽는다.
인간은 흐르는 생명의 강 옆에다가 조그만 웅덩이를 파고 산다. 그 안에 우리 가족과, 여망, 문화, 공포, 신들, 갖가지 예배의식과 함께 우리 스스로를 그곳에 가두고는, 변화 무쌍한 삶, 한순간의 삶, 엄청나게 빠르고 깊은, 그리고 생명력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삶은, 옆으로 흘러 보내고 결국 그 웅덩이에서 죽는다.
장벽도 안식처도 없는, 삶과 함께 움직이는 마음, 시간을 초월해서 밀고 나가고 탐색하고 폭발하는 마음, 이런 마음만이 행복할 수 있고 영원히 새로울 수 있으며 창조적이다. 종교도 선(善)한 감정이다. 강처럼 살아서 끊임없이 유동하는 사랑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든 것이 영속적이길 바라는 마음은 결국 괴어 있는 썩은 물이 되고 만다.
요즈음 김평욱 목사의 신간 <불타는 떨기나무>를 읽었다. 김목사는 크리슈나무르티의 신비하면서도 긴가민가한 말들을 자신의 행동으로 일목요연하게 내게 설명해주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웅덩이를 파고 살아온 자신의 비천함에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많은 교회를 짓고 나면 자식들과 가난을 데리고 이사 다니던 아버지 목사가 싫어서 그는 청소년시절 또래들과 주먹질도 해대고 직장에 다닐 때는 밤늦게 술에 만취되어 옆집 담을 타고 넘어오다가 담장이 무너져 동네 사람들을 놀라 깨어나게도 했다. 대학원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86년 도미하여 실리콘벨리에서 컴퓨터 통신 사업체를 운영했었다. 그러나 결국 돌아온 탕자(?)처럼 92년에는 돈도 안 생기는 크리스챤라이프라는 주간 기독교신문을 운영하게 된다. 하도 부부 싸움을 해대서 여러 도시로 이사를 다녔다는 그가, 94년에는 겁도 없이 르완다 전쟁현장을 취재 갔다가 그의 신에게 붙들리고 만다. "하나님 제가 잘못 온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살려만 주시면 앞으로 하나님의 일을 열심히 감당하겠습니다." 르완다 난민촌은 수백만 투치족을 잔인하게 학살한 후투족 난민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살인과 약탈이 계속되고 전염병이 만연하는 곳에서 난민과 숙식을 같이 하면서 구호활동과 선교 활동을 하다가 탄자니아 경찰과 유엔에 체포되어 여러 번 곤혹도 치른다.
96년부터는 크리스챤라이프 월드미션 프런티어라는 비영리 선교기관을 설립하여 우간다, 르완다, 탄자니아, 부룬디, 콩고 등 내전 지역들을 돌아다니면서 난민구호, 신학교 설립에 8년 동안 일년이면 반 이상을 그곳에서 지냈다. 복음화를 위하여 중앙 아프리카 일대에 단기 선교단을 파송하고 대형집회와 선교사역을 확대했다.
열악한 환경과 굶주림보다도 무서운 것은 생명의 위험이었다. 똥차를 몰고 구호 활동을 하러가다가 차가 뒹굴었는데 달려온 동네사람들은 김목사가 살아 나오자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가 죽었으면 주머니도 뒤지고 차의 부속품을 떼어냈을 터라고 현지 경찰이 일러주더란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동물들도 인간 못지 않다. 부모에 대한 사랑은 그보다 힘들다. 더 숭고한 것은 이웃사랑, 내 민족 내나라 사랑이다. 순국선열들처럼, 그러나 피부색까지 다른 이들 까지 사랑하는 인류애는 창조주의 사랑이다. 마더 데레사 보다 김목사가 힘든 점은 부양 가족이다. 선교에 따라나서 봉사를 약속한 딸아이, 돈도 못 벌어오면서 6개월만에 나타나는 남편을 이해하고 받아드리기 까지, 그 아내도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평육씨는 미국 플러신학원을 수학하고 작년 3월에 목사안수를 받아 아버지 뒤를 이었다. 그의 뒤에는 팔순 고령에도 아프리카에까지 달려오셔서 교회 짓는데 예수처럼 목수 일을 도맡아 하시던 아버지 목사, 점점 어려워지는 이민생활에서도 기도와 많은 성금을 보내준 한인 성도들, 젊은 봉사자들과 현지인 봉사자들이 있었다.
얼마 전에 미주 동포사회를 빛낸 분들을 신문에서 선정 발표했다. 그들에게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겠지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타고난 재능이 있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남 앞에 서면 수줍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김평욱 목사를 떨기나무 앞으로 불러 아프리카를 향한 음성을 내리신 분은 그에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용기를 주셨다.
이제 창조주가 느껴지다 말다 할 때면 <불타는 떨기나무>를 펼쳐든다.
"난민촌의 한 어린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덩실덩실 춤을 추며 무중구(백인)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찾아가 주고, 사랑스럽게 만져주는 것도 주님이 기뻐하는 사역이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가난한 자와 병든 자, 고아와 과부들, 남에게 베푼 것은 죽어도 이 땅에 남아 있지만, 나를 위해 써버린 것은 흔적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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