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에 대한 한 풀이나 하듯, 한국에 자주 드나들면서 지내고 있다. 다 자라 성인이 된 아이들을 세상에 양보해 놓고 갈증나는 그리움을 멀리 하는 방법이기도 하여 바다가 깊은 나의 고향에 와 있곤 한다.
나를 외롭게 하는 변한 인심을 탓하면서도, 삼십 여년 남의 나라에 익숙한 삶을 나무라듯 하는 불편함을 불평하면서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내조국 내 고향이다. 조국을 어머니처럼 여기랴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기며 머무는 동안, 이 어른을 잘 섬기면서 지내보곤 하였으나 오나가나 트집 잡을 꺼리 만 보였다.
반항심까지 시룩시룩 생겨났다. 마음에 병까지 들려고 하였다. 미국에서 경험 해 보았던 향수병, 그런 병이 아니라 불신의 병, 그런 병인 것 같았다. 내 영혼에 때를 끼이게 하는 그런 어머니 보다는 어디 한번 내 자식이라 여겨보면 어떨까하고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하였다. 신기하게도, 옛날의 사랑과는 다른 차원인, 모성애적인 그리고 연민의 사랑까지 새록새록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어떤 모습이건 어떤 짓이건 간에 무조건 사랑하는 내 아이들처럼 사랑해 보아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난 후 나의 하루가 달라지기 시작한다."심뽀를 고쳐야 병이 낫는다"라고, 한 목초 연구가인 ‘Y’씨의 말이 생각난다. 오랜 옛날부터 전해오던, 모든 병은 마음으로부터 생겨난다는 동양의학사상을, 스트레스로부터 생겨난다는 서양의 현대의학이 증명해 주는 이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심뽀를 고치지 못하고 있다. 실체를 알 수 없고 유동성이 심한 마음이란 것을 위해 말채찍같은 것이라도 하나 준비해 놓고 살면 어떨까.
멀리 있는 자식에 대한 행복한 그리움은 그 그리움대로 만끽하면서 이 엄청난 자식을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는 일도 큰 즐거움이라 하자. 이 큰 덩치를 품어 안기엔 내 품이 너무나 연약하지만 무한한 사랑의 한계를 가진 어머니의 가슴으로 부딛혀 보는 수밖에,
내 심뽀를 위한 튼튼한 채찍을 하나 준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