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교실 찾아 연습하는
남영순 주부
다음주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나면 바로 12월. 일년중 시간이 가장 빠른 속도로 흐르는 이 맘 때는 눈 깜짝할 사이 연말 모임들이 줄줄이 밀어닥친다. 선물 구입하랴 파티 드레스 손보랴 정신이 없는데 모임에서 무슨 노래 부를까 하는 것에까지 어디 신경이 가겠는가.
하지만 일단 모임이 시작되고 나면 후회 막급이다. ‘그러게 진작 노래 교실이라도 다니는 건데 그랬어.’ 남들 멋지게 한 곡조 뽑는 것을 보며 후회를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사실 노래방의 대중화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거의 가수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지만 노래방의 눈부신 발전도 구제하지 못하는 음치들은 여전히 있는 법.
남영순(42·주부)씨 역시 타고난 가수는 아니었다. 살아온 관록이 있다보니 매년 12월이면 남편과 부부 동반으로 초대되는 연말 모임만도 10여 차례. 노래 못 부른다며 손 내저어 분위기 망치는 것도 한 두 해지. 연말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그녀는 굳게 결심을 했다. 내년엔 꼭 노래 교실이라도 다녀 실력을 쌓은 후 멋지게 한 곡조 뽑으리라고 말이다.
요즘 그녀는 작년 이맘때쯤의 결심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주말마다 주부들을 위한 ‘노래교실’을 다니고 있다. 잠재된 재주는 있으되 공개적으로 노래 부를 기회가 없었던 주부들은 마이크를 어떻게 다루어야 더 노래를 잘 하는 것처럼 들리는지, 가사의 감정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직접 노래부르며 지도 받는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모습이 풍금 소리 맞춰 아에이오우 목소리에 힘주는 초등학교 학생들보다 더욱 진지한 표정들이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대중 앞에서의 노래부르기 역시 이 고전적 연습 방법론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이번 연말 모임에서 부를 노래로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을 골랐다. 몇 차례 레슨을 받고 여러 사람 앞에서 실전의 경험을 쌓은 후여서일까. 목청껏 내지르는 부분에 가선 마이크를 앞으로 쭉 뽑는 것까지 가수가 따로 없다. 올해 연말 모임에서 그녀의 일취월장한 노래 실력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볼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닐 듯 싶다.
꼭 연말 모임에서의 노래 자랑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노래 교실은 주부들의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마당. 노래강사 대모인 구지윤씨가 일으킨 주부노래 붐은 작게나마 태평양 건너 LA에서도 일고 있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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