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만 되면 프랑스 화가가 그린 ‘밀레의 만종’이 생각난다. 가난한 농부 부부가 추수 때 해질 무렵 일하던 손길을 멈추고 종소리를 들으며 머리 숙여 기도를 올리는 장면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가장 밑바닥인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그림이다. 밀레의 만종은 감사의 표시 중에 가장 순수한 것이어서 사람들의 가슴에 오래 오래 기억되고 있다.
감사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생활 중에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끝이 없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선지 생각해보면 감사라는 말처럼 의미가 깊은 말도 없는 것 같다. 인간의 본바탕 속에 자극을 주고 채찍을 함으로써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감사라는 단어이다.
누구나 가슴 깊은 곳에서 느끼는 마음, 그것 만큼 사실 중요하고 의미 깊은 말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이 감사라는 단어를 잊고 살 때가 많다. 바쁘다 보니, 힘들다 보니, 욕심을 너무 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감사해야 할 일에도 감사할 줄 모른다.
11월28일은 감사를 되새기는 미국의 대표적인 명절 ‘추수감사절’이다. 추수감사절은 필그림이 배를 타고 갖은 고생을 다하며 미국에 정착, 심은 농작물을 추수해 놓고 하나님 앞에 감사의 예를 올리던 명절이다. 그렇다면 이들과 달리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온 한인들은 어떠한가.
그들처럼 고생은 했지만 우리가 이 땅에 와 얻은 것을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인가. 첫째도 감사, 둘째도 감사, 셋째도 다 감사해야 할 일들이다. 대부분 빈손으로 와서 힘들게 일했지만 그래도 이만큼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별 문제없이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감사의 마음을 우리도 미국인들처럼 기도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낯선 곳에 와서 그래도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좋고, 따뜻하게 기거할 수 있는 집이 있어 감사합니다", "이 어려운 환경에서 집세라도 물고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움직이고 사는데도 별 지장이 없으니 감사합니다", "아이들도 잘 자라주어 더욱 감사합니다
", "게다가 조금이나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으니 더 더욱 감사합니다" 라고 해야 할 것이다.
추수감사절은 수확의 진미를 느끼는 계절에 나무에 달린 열매나 곡식을 보면서 평소에 받은 고마움이나 은혜를 가슴 깊이 되새기는 특별한 기회이다. 수확의 시즌인 이 감사의 절기에 외곽지역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대표적인 추수농작물인 펌킨이 곳곳에 노랗고 발갛게 쌓여 있는 것을 본다.
이를 보면 왠지 따뜻하고 푸근한 느낌을 갖게 된다. 때문에 추수감사절은
사랑과 관용, 이해, 따뜻한 정이 담겨있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사회의 이런 명절이 한인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할까.
우리도 마찬가지로 미국에 와 거둔 여러 가지 열매들에 대해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우리 생활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조그마한 것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 그런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꼭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도, 손에 잡히지는 않더라도 작은 것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테러의 공포 속에서도 우리가 건재하게 남아 또 다시 단풍도 보고 열매 맺는 것을 보고 하는 것도 일종의 작은 감사이다.
생명력이 있어 우리가 살아 호흡하고 움직이고 하는 자체도 사실 모르고 지나가지만 따지고 보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따뜻한 친구, 동료, 이웃이 있다는 것도 일찍이 세상을 등진 사람들은 누릴 수 없는 커다란 축복이다.
생활에서 쉽게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이라도 우리 주변에는 모두가 다 감사할 조건만 있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 한 점이나 나무 위에 얹히는 햇살 한줄기까지 다 감사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특별히 작은 것에 감사하며 머리를 숙이는 그런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