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공자님께서 세상을 살아보니깐 나이가 마흔 살이 되어서는 심지가 곧아서 흔들리지 않게 되고 남들이 꼬시어도 넘어가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요즘, 불혹(不惑)을 넘긴 친구나 주위사람들을 보면 40대를 넘어서면서 마니 흔들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 불혹(不惑), 남자들에게 40이면 아직 젊은 나이다. 사회적으로든 가정적으로든 그래도 여유가 있는 나이. 그 동안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결과로 모든 것에서 어느 정도 이루어 놓은 것 같은 스스로 안도감이 드는 세대. 그러나 불혹의 산을 넘으며 강으로 강으로 떠밀려 이 암스런 불혹의 명칭이 얼마나 불혹스런 것인가를 알게되어 가슴 한쪽에 찬바람이 들고 흔들리는 웬지 세월에 대한 건강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는 제2의 사춘기를 앓는 세대,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사랑을 하고 싶은 생각에 가슴을 조려보는 나이. 아마 그 때문인지 언젠가 한국의 TV 드라마 "푸른안개"(중견기업가인 40대와20대 여대생의 사랑이야기)가 40, 50대 남성들의 시청률이 높았다는 조금은 모양새가 이상한 현상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대리 만족일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 결코 서러운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발트빛 가을 하늘에 붉은 등처럼 화사한, 잎사귀 다 떨어진 감나무의 붉은 홍시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것이 아닐런지. 아름답고 평화롭고 여유로운 나이 불혹, 이제 불혹을 넘겨버린 나 또한 치열한 경쟁을 뒤로 한 채 세상을 여유롭게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톨스토이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했다는데, 불혹의 남성들이여, 오늘밤 다시 한번 사랑을 해보시길....

오늘, 새로운 마음으로 붉은 장미 한송이를 낡을 대로 낡아 더욱 편안해진 그대의 아내에게 바치십시오. 그러면, 오늘밤 새로운 깊은 사랑을 느끼실 겁니다. 그 낡음의 편안함과 평화로움! 헐거운 구두처럼 서로 조금 헐거워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 질 때,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거겠지요. 그래서 서로 깊이 사랑하게 되는 거겠죠. 사랑이 깊어지면 종교가 된다고 하는데.....

재미없는 천국이라 불리는 이땅의 불혹의 남성들이여, 힘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