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으면 장래가 밝아진다고 믿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좋은 성적을 수월하게 받는 세상이 되었다고 한탄한다. 작년 6월 Harvard대학 졸업생의 91%가 우등생이었다고 학업 성적의 신빙서성이 논란되었다.
역사상 보기 드문 일이다. 어떤 이들은 워낙 학생들이 우수하니까 그렇지 않겠느냐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대학 당국에서 교수들에게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높은 성적을 줬는지 경위를 서면으로 보고해 달라고 이례적인 조처를 취한 것을 보면, 똑똑하고 열심이었다는 것만이 이유가 아니었던 것 같다. 예일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에서는 졸업생의 3분의 1 정도가 우등생이다.
이런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몇년 전에 스탠포드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이 지나치게 많았다고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좋은 성적을 남발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느 교수는 거침없이 대답하기를 바쁜 세상에 학점을 놓고 학생들과 시비하느니 차라리 후한 점수를 줘버리고 만다고 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담당 교수와 만나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 일종의 청문회에서 시비를 가려야 하는데, 문제는 없는 시간에 자기 변호를 위한 준비를 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특히 조교가 많은 부분을 가르치고 학점을 정한 경우에는 교수들의 입장이 난처해져서 불평 없는 정도로 해결해버리고자 하는 분들도 적지 않으리라고 짐작된다.
하바드 대학의 맨스필드 교수는 두 종류의 학점을 줘서 화제가 되었다. 정확하게 평가를 하자면 B를 받아야 마땅할 것이나 부풀려서 A를 주니까 성적표에 A로 기재되어 있다고 기뻐할 것이 아니라 알아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을 표시했다고 한다.
다트마우스 대학에서는 학생이 받은 학점과 그 학과를 이수한 학생들의 평균 성적을 성적표에 나란히 기재하여 학점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A를 받았고 학과 전체 평균이 D라면 이 학생은 공부를 썩 잘한것이나, 학과의 전체 평균이 A인데 A를 받았다면 별로 대단한 성적이 아니라고 해석된다.
사실은 이 보다 더 근본 문제가 있다. 요즈음 대학들은 본전 잃고 장사하지 않겠다는 자세이고, 가능하면 흑자를 내었으면 하는 것 같다. 가령 학생을 학생으로 보기보다는 학점을 사러온 고객으로 생각한다면 대우를 깍듯이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다가는 전인 교육보다는 지식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사설 강습소로 전락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적자를 보더라도 인재를 길러내는 시절은 지나간 것 같다.
성적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면 신빙도가 낮아지고 나중에는 의미를 잃게 된다. 큰 문제다. 고용주의 입장으로 보면 무엇을 의지하고 사람을 골라 채용을 하겠는가.
전국적으로 80%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A학점 아니면 B학점을 받았다는 통계이다. 학교 성적에 대한 문제는 비단 대학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저 학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지 오래다. 현실은 현실이니 어떻게 하랴.
나의 소견으로는 되도록 모든 학생이 열심히 공부를 하여 원하는 수준의 성적을 얻도록 적극적으로 지도 편달을 하는 것이 말썽 없이 공생하는 길이요, 동시에 좋은 인재를 길러내는 길이다.
/알라바마 주립대 특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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