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손벌려 힘들다” “자발적 이익환원 아쉽다”도
“도네이션 요구 때문에 완전히 지쳐 있습니다. 도저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비즈니스 업무는…” 한 회사 대표의 셀폰 메시지
(323)XXX-4989. ‘뉴스타 부동산’ 대표 남문기씨의 셀폰을 누르면 이런 메시지가 흘러 나온다.
“송구영신의 계절 12월입니다. 도네이션 요구 때문에 이제 완전히 지쳐 있습니다. 도저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비즈니스 업무는….”
남문기 대표는 “연말에는 도네이션 요구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이런 전화녹음을 남기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보통 하루 3-4군데서 300-500 달러정도는 우습게 요구하고, 이제는 시카고나 뉴욕 등 타주에서도 도네이션 요청이 들어 온다. “대부분 합리적이고 이해가능한 요청도 아니다”고 한다.
‘아주관광’의 박평식사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불우이웃이나 형편 닿는 대로 동창회, 경제단체의 기부요청에는 응하려 하지만 송년 도네이션 요청이 너무 많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연말이면 도네이션 몸살을 앓는 곳 중에는 은행을 빼놓을 수 없다. 중앙은행 허홍식 부행장은 “기부요청은 밀려 들지만 연말 연시에 온정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을 중심으로 관련기관이나 단체에 우선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전한다.
항공사도 마찬가지. 대한항공 문용주차장은 “연말 마다 어느 단체와 개인을 지원해야하는지 그 기준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예산한도 내에서 형평성의 원칙에 근거해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도네이션을 해야 하는 쪽에서는‘정말 필요한 곳은 지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도네이션이 행사의 외화내빈만 돕는다든지 별 의미없는 경품으로 사용되는데에는 고개를 젓는다.
단체장의 능력이 얼마나 많이 받아내 얼마나 행사를 멋들어지게 치르느냐는 판가름되는 풍토에는 정말 편승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네이션을 요구하는 쪽에서는 말이 또 다르다. 커뮤니티에서 그만큼 벌었으면 이럴 때 좀 내놔도 된다는 것이다. 이 때가 아니면 언제 스스로 이익을 환원하는 적이 있느냐는 항변이다.
그래서 뜻있는 이들은 “회원들끼리 먹고 놀자는 모임은 도네이션 요청을 자제하고, 업체들은 체계적이고, 자발적인 모습으로 이익의 일정부분을 커뮤니티에 돌리는 풍토가 연말이면 더욱 아쉽다”고 지적한다.
<박흥률 기자>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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